e커머스가 외상결제 늘리는 이유

김형원 기자
입력 2021.11.30 06:00
유통업계가 디지털 외상 결제인 ‘BNPL(Buy Now Pay Later)’에 주목한다. 사회초년생이자 기성세대 대비 신용력이 부족한 Z세대(1995~2012년생)를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쉬운 것은 물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줄여 영업이익을 높이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e커머스 외상 결제 확산이 금융 취약 계층의 대금 연체를 늘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외상 결제 관건은 2020년 11월 발의된 ‘전자금융법 개정안'이다. 개정법안이 통과되면 카드업 라이선스를 갖추지 않은 일반 핀테크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BNPL 결제 연체율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나중결제 / 쿠팡
외상 결제는 말 그대로 물건을 먼저 받고 물품대금을 나중에 지불하는 후불 결제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당국의 혁신서비스 지정을 바탕으로 자체 결제와 교통카드를 선보였고, 쿠팡은 자사 직매입 상품에 외상 결제를 도입했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쿠팡의 ‘나중에 결제'다. 금융위원회 특례 지정없이 도입한 ‘금융’이 아닌 결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쿠팡 ‘나중에 결제'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에만 쓸 수 있다. 금융당국은 상품대금을 받아야 하는 주체가 100% 쿠팡인 점을 바탕으로 금융 결제 서비스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오픈마켓 형태로 플랫폼에 입점한 타사 상품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금융 제도권 아래에 놓였다.

유통업체들이 ‘나중에 결제'와 같은 BNPL에 주목하는 까닭은 ‘소비자 락인(Lock in)’ 효과 때문이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자사 커머스 플랫폼으로 끌어 당길 수 있고, 외상 할부 결제 이용자가 늘어날 수록 플랫폼 체류시간과 구매금액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BNPL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를 줄이면 수수료 비용도 줄어드는 만큼 영업이익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지역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당근마켓 등의 업체에게도 BNPL 결제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는 최근 당근마켓이 카카오페이에 버금가는 국내 2200만 회원을 기반으로 현금 기반 자체 페이를 도입한 만큼 후불결제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상 결제는 돈은 없지만 구매 욕구는 강한 MZ세대를 포섭하기 좋다. 미국에서도 BNPL 결제자 75%쯤이 MZ세대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며 "e커머스 업체 입장에서 BNPL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소비주역으로 떠오르는 Z세대를 먼저 가로챌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서비스업체 FIS는 글로벌 e커머스 시장에서 BNPL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2.1%에서 2024년 4.2%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2025년 세계 BNPL 결제액이 비자카드와 맞먹는 6800억달러(811조2000억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BNPL 결제 선두기업으로 평가받는 스웨덴 클라나(Klarna)는 올해 6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6억3900만달러(7623억원)를 투자 받았고, 당시 평가 받은 기업가치는 53조원에 달했다. 글로벌 톱 e커머스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아마존은 8월 미국 BNPL 업체 어펌홀딩스와 손잡고 현지 외상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펌홀딩스는 올해 1월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거래액은 1분기 기준 23억달러(2조74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금융권을 포함한 사회 일각에서는 외상·후불결제가 대학생·주부·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 결제 서비스 연체율은 5월 0.93%에서 8월(1.49%)로 상승했다. 네이버 후불 결제 거래액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는 후불 결제 채권 규모가 4월 3억4045만원에서 8월 29억188만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보다 빨리 BNPL 시장을 연 호주에서는 BNPL 연체율이 높게 나타났다. 호주 증권투자위(ASIC)는 조사를 통해 2020년 호주 BNPL 이용자의 5명 중 1명이 연체를 했다고 전했다.

쿠팡의 ‘나중에 결제' 연체 수수료는 1일 0.03%, 연 12% 수준이다.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인 23.9%에 비하면 낮지만 신용도가 낮은 소비층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아직 BNPL 서비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쿠팡과 네이버의 외상 결제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한도액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만큼 대량 연체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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