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리포트]⑪해외 규제기관은 ‘N’자도 모르는데·…국내, 과세로 ‘퀀텀점프’

조아라 기자
입력 2021.12.17 06:00
국내에서 NFT 규제 논의가 언급된 첫 사례는 과세다. 우리 정부는 글로벌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유럽연합(EU)이 NFT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가운데에도 과세가 가능하다며 이른바 ‘퀀텀점프식’ 발언을 내놨다. 전문가들이 NFT 과세를 하려면 기술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다만 NFT 기술과 무관한 투자자 보호 사안에 대해서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링크 해시값 VS 콘텐츠 자체…세 유형으로 분류가능

일반적으로 NFT에는 콘텐츠가 없다. 콘텐츠가 담긴 주소가 NFT 블록체인에 기록될 뿐이다. 콘텐츠는 사업자가 선택한 공간에 저장된다. 반면 콘텐츠 정보는 최소한만 담긴다. 원작자, 콘텐츠 제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콘텐츠 데이터를 모두 NFT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상당한 에너지와 거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유로 ‘NFT’와 ‘NFT 콘텐츠’를 구별해 사용한다. NFT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 해시, 즉 암호값이 포함된 데이터에 한정한다. NFT 콘텐츠는 이러한 데이터에 연결되고 거래되는 콘텐츠 자체를 말한다.

만약 NFT를 데이터에 한정한다면 구매자는 NFT를 사고도 콘텐츠를 소유하지 못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NFT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NFT의 유형은 크게 ▲NFT에 콘텐츠 저장 위치가 담긴 경우 ▲NFT에 조건을 걸어 콘텐츠가 블록체인 상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경우 ▲NFT 자체가 콘텐츠인 경우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NFT 자체가 콘텐츠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로 증권형 토큰이 거론된다. 이 경우 NFT는 가상자산으로 분류돼 특정금융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NFT의 또 다른 숙제는 ‘대체불가능’에 대한 정의다. 예를 들어 원화 지폐에는 고유성을 나타내는 일련번호가 기재돼있다. 일련번호를 기준으로 보면 원화는 대체불가능하다. 반면 활용처를 기준으로 보면 원화는 대체가능하다.

한 발도 못 땐 글로벌 규제 동향…FATF·EU, NFT 유형 분류는 ‘아직’

현재 NFT의 글로벌 규제 동향은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FATF가 지난 10월 발표한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 사업자 위험기반 접근법 지침서’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범위를 매우 넓게 보고 있다. 우선 자산의 성격이 디지털이어야 하고 고유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 거래, 양도, 지불, 또는 투자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FATF는 ‘기준과 범위’ 편에서 NFT를 암호화 수집품으로 봤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NFT는 가상자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다만 NFT가 투자와 결제 등의 목적으로 쓰일 때에는 가상자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NFT의 정의나 범위에 대한 지침이라기 보다 NFT도 자금세탁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정도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NFT의 범위를 규정한 사례로 회자되는 EU 지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EU는 지난해 9월 가상자산을 정의하는 MiCA(Markets in Crypto-assets)안을 발표했다. MiCA안은 EU 회원국에 대해 강행규정으로 효력이 있어 개별 회원국의 법률에 우선한다.

MiCA안은 가상자산을 ▲분산원장기술이나 유사한 기술을 기반으로 ▲전송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가치 또는 권리의 디지털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의에 따를 경우 NFT가 넓은 의미의 가상자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국내, FATF 권고안 풀이·정의·유형 ‘퀀텀점프’ 과세 논의 직행

국내에서는 정부가 NFT의 과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달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특정금융법 규정에 따라 금융위가 NFT를 포섭할 수 있다"고 밝혔다.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할 경우 특금법에 적용을 받고 결과적으로 과세도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정부가 FATF의 권고안에 대한 검토와 NFT의 정의와 범위, 유형 등 필요한 모든 논의를 뛰어넘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NFT의 범위와 정의가 여전히 불분명한 가운데 가상자산 업권법 논의가 보류되면서 NFT에 대한 섣부른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서지 국회도서관 해외법률조사관은 지난 11월 보고서 ‘NFT의 가상자산 적용 논의에 관한 해외 입법동향’을 통해 "가상자산 산업의 급격한 발전을 감안해 기능적 접근 방법이 다른 각각의 NFT 유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NFT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하지만, 기술적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구매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식이나 원화는 대체가능하지만 NFT화하는 과정에서 고유의 번호를 부여할 경우 대체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다.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NFT의 정의나 범위 등 기술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법제화는 시간을 두고 진행하되, 마켓 사업자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기반으로 규율해 투자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자산과 NFT는 서로 다른 기술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NFT 기술과 무관한 마켓플레이스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연계해 약관을 규율하는 방법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작업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IT조선은 오는 12월 20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NFT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NFT 현황을 분석하고 그 성장 가능성을 전망한다. 또 국내 NFT 관련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효과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과 육성, 규제책을 모색한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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