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배터리 성능을 고의 지연한 애플이 2022년 추가 고발 위기에 처했다.

소비자 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이유로 2022년 1월 중순 애플을 형사 고발한다고 23일 밝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2항을 근거로 강남경찰서에 애플을 고발할 계획이다"라며 "법무법인 자문 결과 애플이 해당 조항이 위반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애플 가로수길 매장 전경 / 애플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애플 가로수길 매장 전경 / 애플
정보통신망법 제48조 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 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7년 애플이 아이폰6·SE·7 시리즈를 대상으로 iOS 10.2.1 버전의 새 운영체제(OS)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성능을 고의 지연한 사실을 소비자에게 은폐한 점이 해당 조항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배터리 성능 저하로 소비자가 기기 사용에서 여러 기능 장애를 겪은 점도 위법 사례라는 설명을 더했다.

애플은 당시 아이폰에서 전원 꺼짐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였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아이폰 신형을 사게끔 유도한 것 아니냐는 소비자 비판이 국내외로 이어지자 이를 공식 사과한 바 있다. 2018년 12월까지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인하하겠다는 대응도 더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애플의 이같은 행위를 두고 국내서 두 차례 검찰 수사가 진행됐음에게도 불기소 처분으로 끝나자 새로 법적 근거를 찾아 애플을 추가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8년 1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다니엘 디시코 당시 애플코리아 대표를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월 이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이 나오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올해 12월 3일 아이폰 고의 성능 저하 항고심에서 애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애플의 아이폰 배터리 성능 저하 사건과 관련해 과징금과 벌금 처분 등을 내리고 있다. 2018년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의 1000만유로(134억5540만원) 과징금 처분을 시작으로 2020년 프랑스에선 애플에 2500만유로(336억4575만원) 벌금 처분을 내렸다.

소비자 집단 소송도 이어졌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소비자 집단 소송이 진행돼 2020년 5억달러(5933억5000만원) 합의금 결과가 나왔다. 올해 4월엔 칠레에서 소비자 단체 집단 소송이 진행된 결과 칠레 아이폰 사용자 15만명에게 총 25억페소(34억5000만원) 배상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애플의 배터리 고의 성능 저하 건을 두고 국내에선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소비자주권회의와 법무법인 한누리, 휘명 등을 통해 모인 6만4679명의 소비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해당 소송은 애플의 형사건 종료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애플이 다른 국가에서 손해배상 합의를 했던 것처럼 국내 소비자에게도 적절한 보상 조처를 하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