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부터 7일까지 사흘간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선 세계 2200곳 기업이 모여 혁신 기술을 뽐냈다.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인기 제품 ‘베스트5’를 뽑아봤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가 말하는 모습 / 이광영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가 말하는 모습 / 이광영 기자
남친 필요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CES 2022의 스타트업 전시장 ‘유레카 파크’에서 유독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지역이 있다. 2021년 12월 첫 시연 영상으로 세계적으로 화제에 오른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가 서있는 곳이다. 지나치는 관람객마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겼다.

아메카는 영국 로봇기업 엔지니어드아트가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사람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 머리 안에 있는 17개 개별 모터가 로봇의 움직임과 표정을 제어한다. 키는 180㎝다. 피부는 회색으로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아메카는 눈을 깜빡이고 손과 팔을 움직이며 말을 한다. 한 관람객이 ‘몇살이냐’고 물어보자 "나는 나이를 몰라"라고 말했다. ‘배고픔을 느끼냐’는 질문엔 "나는 절대로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걸을 수 있냐’고 묻자 아메카는 "아직 걷지 못하지만, 조만간 걸을 수 있을거야"라고 답했다.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에는 "남자친구 없어. 남자친구 필요해"라고 말하며 관람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아메카의 가격은 25만달러(3억원)다.

사은품으로 주는 여성 성인용품을 받기 위해 관람객들이 새티스파이어 부스에 줄을 선 모습 / 이광영 기자
사은품으로 주는 여성 성인용품을 받기 위해 관람객들이 새티스파이어 부스에 줄을 선 모습 / 이광영 기자
女 ‘성인용품’ 득템을 위한 거룩한 기다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내 노스홀의 한 부스에는 룰렛을 돌려 사은품을 받기 위한 100m 가까운 줄이 생겼다. 수십명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 사은품은 바로 여성 ‘성인용품’이다.

미국 ‘새티스파이어’는 성인용품에 첨단 기술을 탑재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제어하는 기능과, 사용자별 맞춤 설정도 넣었다. 생체 전기저항 반응으로 몸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진동을 일으키는 기술도 적용했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행사 기간 발간하는 ‘CES 데일리’에 새티스파이어가 만든 ‘리틀 시크릿’을 주목해야 할 제품으로 소개했다.

슬립넘버 부스 모습 / 이광영 기자
슬립넘버 부스 모습 / 이광영 기자
전시장서 경험하는 ‘숙면’ 연장의 꿈

CES 2022의 전시장 곳곳에는 침대나 소파에 누워있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CTA가 마련한 수면실(없음)이 아닌 ‘슬립테크(Sleeptech)’ 제품들을 선보인 기업 부스를 얘기한 것이다. 이곳은 바쁜 일정 속에 지친 관람객들이 잠깐이나마 체험을 핑계로 누울 수 있는 힐링 공간이다.

슬립테크는 수면 패턴을 파악해 문제를 개선하고, 좀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미국 슬립넘버(Sleepnumber)는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체온과 침대 각도를 자동 조절해주는 ‘스마트베드’를 선보였다. 이 매트리스는 체온을 측정해 적합한 매트리스 온도를 설정해준다. 매트리스 내부에 수십개의 센서를 내장해 체형에 맞는 각도와 높낮이를 조절한다. 이용자의 수면 질과 양을 측정한 데이터가 매일 앱에 기록된다.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소속 펫나우 부스 모습 / 이광영 기자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소속 펫나우 부스 모습 / 이광영 기자
‘댕댕이’ 신원확인, 칩 대신 코로 확인

강아지의 ‘코’로 유레카를 외친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유레카 파크 C랩 전시관에 위치한 ‘펫나우’는 반려견의 코 무늬(비문)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신원 확인 서비스를 만들었다.

정부가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는 반려견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펫나우의 비문 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사진만 찍어도 식별이 가능하다. 펫나우 앱을 열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반려견의 코에 대면 AI가 작동해 선명한 비문 사진을 찍어 서버로 전송하고 비문이 등록되는 식이다.

펫나우는 삼성전자의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 소속이다. CES 2022 소프트웨어&모바일 앱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검은색 털을 가진 강아지는 비문 인식이 어렵다. 펫나우 관계자는 "AI 기술을 고도화 해 어떤 색깔은 물론, 측면에서도 비문을 인식할 수 있는 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에라 스페이스의 우주선 ‘드림체이서’ / 이광영 기자
시에라 스페이스의 우주선 ‘드림체이서’ / 이광영 기자
우주로 가는 ‘꿈의 경주마’

전시장 바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미국 우주 항공 기업 ‘시에라 스페이스’가 꽁꽁 숨겨둔 우주선 ‘드림체이서’다. 드림체이서는 높이 2m, 길이 9m, 넓이 7m다. 3㎞쯤 활주로만 있으면 어디든 이착륙이 가능하다. 모형 제품이지만, 크기와 무게는 실제 비행선과 똑같다.

시에라 스페이스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야외 전시장(센트럴 플라자)에 전시장을 마련해 드림체이서를 전시했다. 7일(현지시각) 이른 오전에도 이 제품을 보기 위한 관람객이 몰렸다. 족히 40분을 기다려야서야 부스 출입이 가능했다.

드림체이서는 화물 5.5톤쯤을 탑재할 수 있고 최대 30회 재사용이 가능하다. 기존 우주 왕복선의 4분의 1 크기다. 향후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과 사람을 수송하는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