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성능보다 가격 따지는 이상한 전기차 보조금

이민우 기자
입력 2022.01.26 06:00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완성차 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끼치며, 간접적으로는 완성차 기업의 추후 전기차 개발 의지나 방향·상품 설계 등에 힘을 행사한다.

따라서 전기차 보조금은 보급 수나 차량 가격에 연연하는 것을 떠나,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성능 등 기술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이에 산출해 보조금을 측정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이런 형태와 거리가 멀다.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2022년을 기준으로 찻값 5500만원 이하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100% 지급한다. 5500만원을 초과한 전기차부터는 차례대로 50%씩 최대 보조금 액수가 줄어든다. 주행거리 등에 따라 소폭의 조정은 있지만, 보조금의 절대적인 지급 액수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기술보다는 차량 가격이다.

차량 가격 위주 보조금 정책은 얼핏 소비자를 위해 저렴한 전기차 가격을 강제하는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능·품질을 유지하며 정할 수 있는 가격의 마지노선이 있다. 그렇다면 완성차 기업에서 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기준에 맞춰 손해·적자를 감수하고 가격을 맞추거나, 성능·기능을 뺀 저품질 전기차 또는 ‘깡통’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결국 시장과 소비자에게는 고품질 전기차보다 낮은 주행거리·부족한 전장 기능을 보유한 전기차가 유통될 가능성이 커진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도 주행거리 등 성능 개선을 시도하기 쉽지 않다.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를 더 탑재하거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배터리를 추가할수록 원가는 올라가고 무게를 줄이는 것도 한계가 명확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차량 가격보다 주행거리 등 기술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주행거리 300㎞ 이하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이런 기술 성능에 집중한 전기차 보조금은 기존 완성차 기업부터 전기차 스타트업이 성능 개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국내에서는 ‘중국산 전기차’라며 애써 무시하지만, 니오 등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에서 1000㎞(중국 CLTC 기준) 육박하는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차량 가격에 상관없이 전기차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에 나오는 행동이다.

정부는 그동안 전기차 충전기 정책에서도 명확한 성능 평가와 관리가 부족한 채 보급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차량 가격 위주 전기차 보조금 기준도 이런 근시안적인 ‘실적 올리기’에 집중한 행정 편의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환경부와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단순한 차량 가격 위주 보조금 정책과 근시안적인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내 전기차 산업과 스타트업 성장을 장려할 수 있는 성능과 품질에 기반한 보조금 정책 설계를 고려하길 바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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