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가 출시한 차세대 게이밍 노트북 ‘울트라기어(UltraGear)’ 신모델이 화제다. LG전자에서 모처럼 제대로 만든 게이밍 노트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인 울트라기어 신제품(모델명 : 17G90Q)의 스펙은 꽤 화려하다. 17.3인치(43.9㎝) 대화면 디스플레이는 풀HD 해상도에 최대 300㎐의 주사율을 지원하는 게이밍 사양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CPU도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에 어울리게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인텔 11세대 코어 i7-11800H 프로세서를, 게이밍 노트북의 필수인 외장 그래픽도 엔비디아의 최신 지포스 RTX 3080을 탑재했다. LG전자의 게이밍 노트북 역사상 확실히 최고의 사양과 성능을 갖춘 모델임은 틀림없다.
게이밍 노트북에 어울리는 디자인에 로고와 테두리, 키보드 등에 RGB LED 조명효과를 넣는 등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감성을 극대화했다. 냉각 솔루션도 대형 듀얼 팬과 베이퍼 챔버(특정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분산하는 냉각 부품)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신경을 썼다.
소프트웨어도 노트북의 성능 모니터링과 기능 관리 및 세부 설정 등을 간편하게 다룰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까지 탑재했다. 확실히 LG전자가 작정하고 만든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티가 난다. 사용기 등을 보면 스펙에 어울리는 쾌적한 성능에 준수한 사용자 편의성도 겸비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꼼꼼히 살펴보면 더 싼 외산 브랜드 제품이 32GB 메모리, 1TB SSD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데 반해, LG 제품은 16GB 메모리와 512GB SSD를 탑재했다. 그래픽카드 역시 최신·최고급 제품을 탑재했지만, 소비전력 및 성능에 제한이 걸린 모델로 같은 GPU를 탑재한 다른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1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은 국내 대기업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도를 넘은 수준이다.
사실, 이 제품의 화려한 사양과 성능도 LG 기준에서나 새롭고 엄청난 수준일 뿐이다. 외산 게이밍 노트북 기준으로는 이미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양과 성능이다. 조금이라도 PC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들이 보기에는 ‘LG’ 브랜드와 AS의 편리함 외에는 장점을 찾기가 어렵다.
출시 타이밍도 문제다.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노트북 신제품이 인텔 11세대 프로세서와 DDR4 메모리를 탑재한 것과 달리, 비슷한 시기에 새로 출시되는 외산 게이밍 노트북 브랜드의 신제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와 DDR5 메모리 등 더욱 최신 하드웨어를 탑재했다. 즉, 경쟁 제품보다 한 세대 뒤처진 제품을 더 비싼 가격으로 내놓은 셈이다.
게이밍 PC 시장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욱 성장하고 있다. 일찌감치 게이밍PC 시장에 뛰어든 대만 브랜드에 이어 게이밍 시장에 뛰어든 HP, 델, 레노버 등 세계 톱 브랜드들도 게이밍 PC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LG 역시 이러한 추세에 게이밍 노트북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파워를 믿고 제품의 서비스 비용은 물론,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 및 홍보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LG전자의 PC 제품군은 아직까진 국내 소비자들만 찾는 내수용 제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LG는 이번 울트라기어 게이밍 노트북의 정식 출시에 앞서 여러 유명 게임 및 하드웨어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이 제품의 유료 리뷰를 진행했다. 막상 제품을 미리 받아 테스트를 진행하고 호평하던 그들도 실제 출시 가격은 전혀 모르고 진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LG가 제품 가격을 의도적으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OLED TV, 의류 스타일러 등 LG전자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호령하는 제품이라면 비싼 가격을 불러도 납득할 구석은 있다. 하지만 게이밍 PC 시장에서 LG는 명백히 후발주자다. 이번 게이밍 노트북이 단지 구색갖추기용이 아니고, 본격적으로 게이밍 PC 시장을 공략할 생각이라면 우선 시장 분위기 파악과 가격 책정 기준부터 다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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