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아성 도전하는 정의선, 성장・안정 드라이브 본격화

조성우 기자
입력 2022.01.26 06:00
정의선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그룹 회장이 총수에 오른 이후 실질적인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각종 변수를 뚫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실적 이상의 실적을 기록해 부친의 아성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산적한 변수를 제거하는 한편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위한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그룹
25일 공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1년 매출액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1%, 178.9% 증가한 수치다. 특히 현대차의 매출액이 1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정 명예회장 시절 매출 최고액인 2019년 105조7464억원 보다도 높다.

기아 역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기아가 2021년 매출액 70조5311억원, 영업이익 5조29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2%, 영업이익은 156.1% 증가한 규모다.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한 2012년(3조5223억원)의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예상치다.

2020년 10월 현대차그룹 총수에 오른 이후 1년 만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정 회장은 친환경차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GV60・GV70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 6 등 전기차 라인업을 통해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아 역시 신형 니로와 니로EV, EV6 GT 등을 출시하며 판매량 증대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GV60 전기차 / 현대자동차그룹
정 회장은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할 전기차와 관련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개발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2020년 12월 현대오트론과 1332억원에 반도체사업부문 개발 인력 및 자산에 대한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정본부장은 "반도체 수급 정상화를 위해 반도체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구매 활동과 그에 따른 적시적인 생산 계획 조정을 지속적으로 실시 중이다"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수급 전략 수립, 반도체 직접 소싱, 공용 반도체의 OEM간, 협력사간 스와프 추진, 대체 소자 개발 등의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반도체 수급 안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을 설립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성장 동력인 친환경차 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도 곧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정점에 서 있는데 정 회장의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않더라도 정 회장의 지위에는 변동이 없으나 해외 헤지펀드 공격의 위협 등을 고려해 언젠가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월 25∼26일 기관 수요예측, 2월3∼4일 일반 청약을 거쳐 2월15일 상장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600만주의 공모주식 중 1200만주(75%)는 구주 매출, 400만주(25%)는 신주 모집으로 구성했다. 공모 희망가는 5만7900원∼7만57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9264억∼1조2112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 회장은 공모를 통해 534만1962주를 매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약 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 현대자동차그룹
관련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매각 금액을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데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이란 지배구조 개편이 현대모비스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에 정 회장이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려 그룹을 지배하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반도체 수급난, 코로나 팬데믹 등 악조건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둔 요인으로 여러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정 회장의 리더십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한 성과가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정 회장이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도체만 아니라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며 "친환경차 슈퍼사이클을 맞이해 반도체 등 변수를 제거하는데 집중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악재 속에서 호실적을 이끈만큼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높아질 것이다"며 "그룹과 개인에 대한 좋은 평가는 지배구조 개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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