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사가 개발한 혁신신약을 줄줄이 미국 시장에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어떤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첫 허가를 받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메지온 등 4곳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국내 최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 FDA 홈페이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 FDA 홈페이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4개 이상의 기업이 혁신 신약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FDA 품목허가를 신청했거나 신청할 예정이다. 2003년 LG화학의 팩티브를 시작으로 2022년 현재까지 23개의 의약품이 FDA 승인을 획득했다.

다만 지난해 한국에서 4개의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것과 달리, 2019년 휴온스의 부비바카인염산염 주사제 복제약 이후로 FDA승인 의약품은 단 한건도 없었다.

올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다. 두 회사 모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서 FDA가 승인한 신약은 없기 때문에 판매 승인만 떨어진다면 국내 첫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다.

블록버스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을 뜻한다. 시장조사기관인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2026년까지 437억달러(5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약품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포지오티닙은 2015년 2월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을 이전한 신약이다. 스펙트럼은 임상 3상을 완료하고 2021년 12월 7일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과 전이성 HER2 Exon 20 삽입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NSCLC)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포지오티닙은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으며, 해당 적응증으로 현재까지 FDA가 승인한 치료제는 없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시 개발 각 단계마다 FDA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고, FDA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일반적인 경우 보다 신속하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자사의 항암제 신약으로 FDA를 공략할 예정이다. 레이저티닙(국내명 렉라자)은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유한양행이 2015년 오스코텍에서 도입해 2018년 얀센에 12억5500만달러(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얀센은 이중항체 항암제 아미반타맙 글로벌 병용 임상 3상, 유한양행은 단독요법 임상 3상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FDA 허가를 받게 되면 유한양행은 2000억원 가량의 마일스톤을 지급받게 된다.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을 경우 장기적으로 연 매출 10억달러(1조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형 치료제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다면 연내 승인도 가능할 전망이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FDA 등재 재도전에 나섰다. 혈액제제는 GC녹십자 전체 매출에서 36%에 달하는 대표 제품이다. IVIG-SN 5%는 2015년말 FDA 허가를 신청했지만 2016년, 2017년 두 차례 걸쳐 보완 요청을 받으면서 허가가 지연됐다. 회사는 2021년 2월 IVIG-SN 5%가 아닌 IVIG-SN 10%를 통해 다시 허가를 신청했다.

두 제품은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에 따라 구분될 뿐 적응증에 차이는 없다.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같은 해 11월 FDA 공장 실사가 마무리됐고 오는 2월 하순 허가 여부가 결정 날 예정이다. 업계는 GC녹십자의 혈액제제가 미국 진출에 성공할 경우 2025년쯤 되면 연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메지온의 유나데필은 세계 최초 폰탄 수술 후 사용되는 혈관확장 치료제에 도전한다. 2021년 3월 FDA에 12세 이상 단심실증 폰탄환자에 대한 유나데필 신약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최종점검회의(LCM)만 남겨 둔 상황이다.

메지온에 따르면 미국 FDA 승인 절차에서 필요한, 보다 구체적이고도 현장감 있는 제반 조언과 도움을 받기 위해 미국 컨설턴트를 최근 영입하기도 했다. 유데나필은 우선심사대상으로 지정돼 일반 신약 검토 기간인 10개월보다 단축된 6개월 내 검토가 진행된다. 가장 큰 경쟁자이던 존슨앤드존스(J&J)가 최근 폰탄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하면서 계열 내 최초 신약도 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기대감까지 업계 내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각 사별로 제출한 신약이 거의 경쟁사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이은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도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