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중공업지주가 2021년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수장 정기선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정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조선해양 역시 2022년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어 정 사장의 경영승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정 사장의 경영승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일부 주주들이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계열사 상장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주주친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공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2021년 연결기준 매출 28조1587억원 영업이익 1조85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48.9% 늘었고 영업이익은 통상임금 판결 관련 충당금 설정에도 불구하고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유가가 상승 및 석유제품 수요 회복 등에 힘입은 현대오일뱅크와 건설기계부문의 현대건설기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일렉트릭도 나란히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현대중공업지주의 역대급 실적에 힘을 보탰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 / 한국조선해양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 /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매출 15조4934억원, 영업손실 1조3748억원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통상임금 판결 및 지난해 상반기 강재가 급등으로 인한 충당금 설정 등의 영향을 받은 실적이고 넉넉한 수주잔고 및 선가 인상 등을 통해 2022년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지주, 올해 실적이 기대되는 한국조선해양은 그룹 오너3세인 정 사장이 2021년 10월부터 이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과 넉넉한 수주잔고를 확보한 정 사장의 경영 보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정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그룹의 미래먹거리 발굴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사장은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부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맡아 안착시킨 바 있다.

또 정 사장은 CES 2022에서 ▲미래 조선·해양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사업으로 지목했으며 그룹의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수소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사장의 경영행보와 함께 경영권 승계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신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주요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계열사 상장이 경영승계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중간지주사를 지배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6.60%)에 이은 2대주주지만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위해서는 지분을 늘려야 한다. 정 이사장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넘겨받으면 되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주요 계열사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 부양돼 정 사장의 추가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마련이 수월해질 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으며 조선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해 계열사 상장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 주주들은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반대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기존 주주들에게는 일체의 기회(주주배정 또는 매수청구권)조차 없이 진행해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런 무리한 상장을 강행해 자신들의 주머니만 채우고 거기에 더해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발표하며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완전한 껍데기 회사로 만들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집중돼 있을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를 부양해 편법적인 상속에 악용할 수 있는 재벌 및 대기업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소액주주는 커뮤니티에서 "무분별한 자회사 분할상장은 큰 문제다"며 "오너빼고 시장 참여자를 다 죽이는 일이다"고 성토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상장 계획은 몇 년 전부터 발표했던 것이다. 그 기한이 도래했으니 상장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해보겠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