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면역 저하자들을 위한 예방 목적의 항체 복합제 도입을 밝히면서, 관련 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2022년 제 1차 추경예산’에 이부실드 도입이 포함되면서 새로운 감염관리 옵션이 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틱사게비맙, 실가비맙)’. / 아스트라제네카
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틱사게비맙, 실가비맙)’. / 아스트라제네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틱사게비맙, 실가비맙)’는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미국과 프랑스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허가된 항체 제제다.

이부실드는 백신 접종을 통해 적절한 항체반응을 기대할 수 없는 면역 저하자나 백신 접종 후 심각한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에게 항체를 직접 투여해 4시간 이내로 질병 예방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백신 대체재로 떠올랐다.

투여 대상은 혈액암 환자, 신장 투석 환자, 장기 이식 후 약물 치료를 받고 있거나, 다발성 경화증 혹은 류마티스 관절염 등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다. 백신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발열이나 오한과 같은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이부실드는 항체를 바로 주입하기 때문에 안전성 프로파일면에서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부실드는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77%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예방 효과는 2차례 투입하면 1년간 효과가 지속되도록 설계됐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70만도즈의 이부실드를 선구매 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부실드를 통한 보호가 필요한 면역저하자가 미국 내에만 700만명에 달함에도 구매 물량이 너무 적다는 비판 여론에 긴급히 50만도즈를 추가 계약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면역저하자들을 위한 예방관리요법으로 이부실드의 국내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됐다.

당시 정은경 청장은 "면역저하자들은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장기간 효과를 내는 항체치료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접종인원이나 예산 등에 대해서는 검토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서면서 방역당국은 이부실드의 국내 도입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부실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는 만큼 유통 과정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9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전략적 생산협력 계약에 따라 이부실드를 생산해 세계시장에 공급해 왔다. 양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협의를 진행, 계약 규모를 더욱 확대한 바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정식 허가절차는 물론 허가에 앞서 진행되는 사전상담 등 구체적인 도입작업 마저 아직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이부실드 관련 식약처 허가절차를 밟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부실드 예산안 400억원이 복지위 예결소위를 통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최종 확정이 결정될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부실드 도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예정이라 빠른 시일내 국내 유통이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다만 정식허가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어 당장 환자들에게 처방될 지는 미지수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