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29.5%)와 LG전자(18.5%)는 세계 TV 시장의 절반쯤을 차지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플랫폼으로 TV의 역할이 강조되며 양사의 영향력 역시 대폭 상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TV 제조사 자리를 넘어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한다.
하지만 TV 사업에는 TV 판매 시장과 별개로 플랫폼 사업도 있었다. TV 제조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급성장 이후 시청자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권력을 손에 쥐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플랫폼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시점이다.
경쟁사인 구글과 애플이 각각 안드로이드TV와 애플TV 등 전용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에겐 별도의 셋톱박스가 필요했다. 반면 삼성과 LG는 스마트TV 보급 확산 이후 자사 운영체제를 TV에 기본 탑재해 소비자의 시청환경에 스며들게 했고,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삼성전자는 TV 운영체제(OS) ‘타이젠’을 적용한 삼성TV플러스 앱의 높은 수익성에 힘입어 지난해 부진했던 TV 사업 실적을 만회했다. 삼성TV플러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 3000억~4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포크를 앞세운 생활가전사업부의 실적을 제외하면 사실상 삼성TV플러스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를 먹여살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TV 플랫폼 사업의 중심에는 이원진 무선·VD서비스사업팀장(사장)이 있다. 그는 구글 총괄부사장 출신으로, 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됐다. 삼성TV플러스 출시 등 서비스 사업 경쟁력 강화 성과를 인정받아 정기인사 시기가 아닌 지난해 7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제조 중심의 DNA로 성장해왔지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부문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키운다는 전략을 병행 중이다"라며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가전·모바일을 통합한 DX(기기경험) 부문을 출범한 것도 이런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해 초 삼성전자 출신 앱 전문가인 조병하 전무를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산하 HE플랫폼사업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조 전무는 LG전자 웹OS 기반 스마트 TV 사업에서 웹OS 플랫폼과 앱 생태계 확장 업무를 담당한다. HE플랫폼사업담당 조직은 200명쯤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갤럭시 스마트폰의 앱 생태계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 자회사 하만에서 차량용 앱 관련 업무를 맡았다.
LG전자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조 전무 영입은 HE플랫폼사업에서 창출되는 매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조직 강화와 인력 충원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며 "TV의 대형화, 스크린의 일상화에 힘입어 TV플랫폼 사업은 갈수록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