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2분기 이후로 D램 제품 전량을 20나노 이하 공정으로 생산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빠른 미세공정 전환 속도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아직 삼성전자를 쫒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가 10나노대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은 1년 반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가 미세 공정 경쟁을 치루고 있는 중, 삼성전자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계가 미세 공정 경쟁을 치루고 있는 중, 삼성전자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최근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2분기부터 20나노 이하 공정으로 자사의 모든 D램을 생산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D램은 20나노가 82%, 18나노 12%, 25나노가 6%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2분기부터 삼성전자는 25나노의 생산을 중단하고 20나노가 83%, 18나노 1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20나노 이하 공정으로 모든 D램을 생산한다는 것은 원가를 20~30% 이상 낮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한 장에서 몇 개의 칩을 뽑을 수 있냐로 원가가 결정된다. 회로 선폭을 좁히면 칩 면적이 줄어들고 웨이퍼 장당 칩 생산량이 늘어나면 생산원가는 더 줄어든다.

즉, D램은 꾸준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세공정을 통해 원가를 낮추지 않으면 기업은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다.

김수겸 한국IDC 부사장은 "반도체 업체가 미세공정 전환에 성공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으며 더욱 싸게 시장에 공급할 수 있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비교해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원가 경쟁력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년 하반기에는 16~15나노의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또 현재 생산하는 18나노 D램의 램프업(양산 증대)를 계속해 내년 하반기까지 전체 D램 생산량 가운데 30~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경쟁사들도 부지런히 20나노 공정을 늘리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21나노 제품을 집중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D램 중 21나노 제품 비중은 약 21% 수준이다.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25일 2016년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20나노 초반급 제품 비중이 3분기 말 20%를 넘어서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4분기 말에는 20나노 제품 비중이 40%를 초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제품 개발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4분기 말 샘플을 출시하고 내년 1월부터 램프업을 시작해 2분기부터 양산을 할 계획이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전체 D램 제품 중 30나노가 20%, 20나노가 80%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내년 말까지 각각 14%와 86%로 개선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중국을 비롯해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은 여전히 30~40 나노 공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의 푸젠성 산하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JHICC)도 올해 7월 D램공장 착공식을 열고 D램 반도체 사업에 본격 나섰다. 초기 투자금액은 약 370억위안(6조3000억원) 수준이다. 2018년부터 32나노 D램 웨이퍼를 기준으로 월 6만장 규모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김수겸 부사장은 "D램의 미세 공정은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삼성전자가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은 미세 공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삼성과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당분간은 20나노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