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열린 CES 2017의 숨은 승자는 아마존 '알렉사'였다. 아마존이 CES에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알렉사의 목소리는 가전, 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들이 꾸민 전시 부스 이곳, 저곳에서 들려왔다. 알렉사가 CES를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LG전자는 CES 2017에서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냉장고를 소개했다. / 유진상 기자
LG전자는 CES 2017에서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냉장고를 소개했다. / 유진상 기자
아마존 알렉사는 사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음성비서 서비스다. 아마존웹서비스의 클라우드 상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전달한다. 날씨를 물으면 현 위치를 파악해 날씨를 알려주고 라디오와 음악이 듣고 싶다고 요청하면 음악을 들려준다. 심지어 피자를 주문해 달라고 하면 스스로 전화를 걸어 피자를 주문한다.

아마존은 그동안 알렉사를 자사의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로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전략을 바꿔,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Alexa Voice Service)'와 '알렉사 스킬 키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렉사를 독점하는 것보다는 알렉사의 생태계를 확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여러 기기에서 알렉사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알렉사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렉사 스킬 키트는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처럼 알렉사를 여러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전, 자동차,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관련 API와 툴, 문서, 코드샘플 등을 제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알렉사를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알렉사가 CES를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포드가 자사의 싱크3앱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알렉사를 적용했다. 현대차 역시 자사의 아이오닉에 탑재된 차량원격제어서비스에 알렉사를 도입했다. 폭스바겐도 알렉사를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인 '메이트9'에 아마존을 통합했을 뿐만 아니라 유비테크(UBtech)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링스'에 알렉사를 적용했다. LG전자는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에, 디시네트워크는 자사 DVR에, 인시피오는 와이파이 라이트 스위치와 멀티탭(커맨드킷 스마트 파워스트립)에, 월풀은 세탁기·건조기·냉장고·오븐 등에, 삼성전자는 스마트 진공 청소기에 도입했다.

하지만 업계에는 기업들이 알렉사에만 의존할 경우 사업 확대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마존이 플랫폼을 독점할 경우 독점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 음성인식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는 "아마존 알렉사에 모든 데이터가 쌓이지만 정작 알렉사에 의존한 기업들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을 수 없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음성인식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