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상반기 출시할 스마트폰 브랜드명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2012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G 브랜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랜드 교체 이유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G6. / LG전자 제공
LG전자 G6. / LG전자 제공
10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18년 상반기 공개를 앞둔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를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V시리즈처럼 두 자리로 숫자를 변경하거나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신제품 브랜드명을 포함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출시되지 않은 제품 브랜드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의 중인 브랜드 전략 중 하나는 숫자 표기를 V시리즈와 같이 10단위로 바꾸는 것이다. 상반기 출시하는 제품에 G10을 붙이고 이후 G20, G30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또 다른 전략은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 MC사업본부, 11분기 연속 적자 전망

LG전자가 G 브랜드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이유는 G 시리즈의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MC사업본부는 11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LG전자는 2017년 상반기 G6를 출시하고 흑자전환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속 상승한 마케팅 비용과 부품 단가 상승에 따른 재료비 증가, 일회성 로열티 비용 등이 반영되며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LG전자가 8일 발표한 2017년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조9697억원과 3668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14조778억원과 비교해 14.8%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MC사업부문은 상황이 다르다. 3분기 MC사업부문은 37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분기 1324억원과 비교해 적자 폭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2500억원쯤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3분기부터 시작된 적자가 11분기째 이어지는 셈이다.

◆ G시리즈 제품 평가는 좋았는데…브랜드가 판매부진의 원인?

아이러니 한 점은 2017년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시장 평가가 호의적이었다는 점이다. 국내외 매체는 G5부터 시작해 G6, V30 등 제품과 관련해 디자인은 물론 성능 면에서 최고라고 평가했다. 특히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등은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호평가는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LG전자 내부에서 '브랜드 힘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며, LG전자가 스마트폰 브랜드 이름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로 분석된다.

황정환 부사장(왼쪽)과 조준호 전 MC사업본부장(사장). / 조선일보DB
황정환 부사장(왼쪽)과 조준호 전 MC사업본부장(사장). / 조선일보DB
LG전자는 2017년 11월 조준호 MC사업본부장을 LG인화원장으로 보직 발령하며 황정환 부사장을 신임 MC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황 부사장은 LG전자 HE사업본부에서 TV 개발자로 오랜기간 근무하며 OLED TV 신제품을 개발했고, 2017년 7월 MC단말사업부장을 맡은 후 사업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 부사장은 2018년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LG 스마트폰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스마트폰 사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스피드 있는 실행력으로 LG 스마트폰 사업의 회생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을 경우 그동안 플래그십 모델이 갖고 있던 연속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부에서 브랜드 교체 대신 내실을 다지는 쪽이 더 낫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G6 출시 당시부터 규모는 작았지만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나름의 뒷심을 보여줬다"며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기 보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