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글쓴이가 아닌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잭 도시 트위터 CEO의 배만 불린다. '글쓴이가 돈을 번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개념이 소셜미디어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스팀잇(Steemit)은 이같은 소셜미디어 행태에 반기를 들고 네드 스캇(Ned Scott) 스팀잇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댄 라리머(Dan Larimer) 스팀잇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16년 1월 설립했다.

스팀잇이 글쓴이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할 수 있는 배경은 블록체인. 스팀잇은 스팀잇 이용자(스티머)가 올린 콘텐츠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업보트(upvote)'를 받으면 가상통화(스팀, 스팀달러, 스팀파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네드 스캇 스팀잇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스팀잇 공동창업자 겸 2017년 3월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댄 라리머가 유튜브에서 스팀잇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네드 스캇 스팀잇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스팀잇 공동창업자 겸 2017년 3월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댄 라리머가 유튜브에서 스팀잇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포브스가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블록체인 응용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평가한 스팀잇의 시발점은 2015년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드 스캇과 댄 라리머가 전화통화를 처음 한 것이 이 무렵이다. 온라인 채팅으로 대화하던 두 사람은 전화로 대화를 나누면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로 뜻을 모은다.

컴퓨터 과학자 댄 라리머를 먼저 알아본 것은 재무 전문가 네드 스캇이다. 네드 스캇은 베이츠 대학교(Bates College)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북미 지역 식품 수입 업체 겔러트 글로벌 그룹(Gellert Global Group)에서 3년 동안(2012~2015년) 사업 운영 및 재무분석가로 일했다. 그는 2013년 야후에서 경제 뉴스를 읽다 비트코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네드 스캇은 가상화폐로 작동하는 경제에 매료됐고, 비트코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네드 스캇은 컴퓨터 과학자 댄 라리머에 대해 알게 된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난 댄 라리머는 2003년 버지니아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댄 라리머는 2009년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블록체인 플랫폼 비트쉐어(Bitshares)을 만들었다. 또한, 댄은 그의 아버지 스탠 라리머(Stan Larimer)와 세운 블록체인 기술 컨설팅 회사 크립토노멕스(Crytonomex)의 CEO를 맡고 있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전문가다.

네드 스캇은 2016년 5월 코인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비트코인을 알게 된 지 8개월 뒤인 2년 반 전에 댄을 알게 됐다"며 "비트쉐어 프로젝트에서 댄의 작업을 보면서 비트코인 토끼 구멍에서 빠져나온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네드 스캇은 2015년 중반 첫 통화를 한 뒤, 2016년 초 댄 라리머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은 2016년 1월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았고, 그해 3월 스팀잇 메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2016년 4월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서비스 스팀잇 소개. / 스팀잇 홈페이지 갈무리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서비스 스팀잇 소개. / 스팀잇 홈페이지 갈무리
애초 네드 스캇과 댄 라리머가 구상한 모델은 블록체인 기반의 보험 네트워크 서비스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과연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든 보험 서비스에 돈을 투자할 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참여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사용자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포럼(이들은 스팀잇을 소셜미디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을 만들어 참여자가 서로의 콘텐츠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네드 스캇은 2016년 5월 코인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보험과 같은 몇몇 아이디어를 굴렸지만, 궁극적으로 가상화폐를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했다"라며 "사람들이 피어 투 피어 (peer-to-peer) 방식으로 서로를 돕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결국 스팀잇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댄 라리머은 네드 스캇을 만난 이후인 2015년 12월 개인 블로그에 올린 '공제조합(Mutual Aid Society)'이라는 글을 통해 '믹서(MUXER)'라는 '상호 도움이 되는 사회적 네트워크' 개념을 언급했다.

네드 스캇은 "댄 라리머와 스팀잇 개발자의 경력을 합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다룬 것만 12년 이상이다"라며 "그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스팀잇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얼핏 보기에 여타 소셜미디어 서비스와 차이가 없어 보이는 스팀잇의 특징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투명성에 있다. 스티머가 스팀잇에서 글을 쓰는 등의 모든 작업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즉, 올린 글이나 업보트 기록, 사용자별 보유하고 있는 스팀 금액조차 공개된다. 그 때문에 스팀잇에 올린 콘텐츠는 7일이 지나면 수정이나 삭제를 할 수 없다. 이렇듯 '분산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하는 스팀잇은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12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고, 매달 수백만명의 순 방문자를 보유하고 있다.

네드 스캇은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에 "레딧처럼 집단의 인정을 기반으로 움직여 비슷한 서비스로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며 "스팀잇에서는 스팀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드 스캇은 2016년 5월 코인텔레그라프에 "스팀잇은 게시자에게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제3자의 광고 없이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며 "우리의 주된 목표는 좋은 사람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점점 더 긍정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드 스캇은 이어 "가상화폐를 처음 접했던 2013년 월스트리트에서 한평생을 보낸 아버지에게 가상화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아들아, 나는 유행에 이끌려다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며 "나에게 가상화폐는 더 이상 유행이 아니며 수십억명의 삶을 바꿀 잠재력이 있는 어떤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팀잇 직원은 2017년 1월 15명에서 그해 10월 30명으로 늘 정도로 성장세가 무섭다. 네드 스캇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본사에서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한다. 다만, 댄 라리머는 2017년 3월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스팀잇에는 계속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두 사람은 "분쟁없이 우호적인 조건에 이르렀다"며 각자의 길을 갈 것임을 선언했다.

한편, 네드 스캇은 지난해 8월 스팀잇에 올린 글에서 자신을 "가상화폐 기업가이자 아마추어 요리사, 파트타임 기타리스트"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