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에선] ③HW보다 SW에 중점 둔 북한…철저한 폐쇄성이 가장 큰 특징

입력 2018.05.14 19:06 | 수정 2018.05.15 06:00

2018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조선미디어그룹 ICT 전문 매체 IT조선은 북한의 정보통신·문화 등 기존 대중이 잘 몰랐던 북한의 현 모습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독자의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줄 예정이다. <편집자주>

북한 정보통신기술(ICT) 역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하드웨어에 초점을 두고 발전했지만, 1990년을 전후해 소프트웨어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조업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전방과 후방 산업이 잘 맞물려야 하는데, 북한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경제력이 뒤따라주지 못한다. 북한은 하드웨어보다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ICT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친 셈이다.

1990년에 들어 설립된 북한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으로는 조선콤퓨터센터(KCC)와 평양정보센터(PIC)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주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일찍이 유명세를 치른 예가 바로 1998년 세계 컴퓨터 바둑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둑 소프트웨어 '은별'이다. 은별은 꾸준히 판올림을 거쳐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같은 대회에서 4년 연속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북한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소프트웨어 ‘은별’ 2006년 버전. / 조선DB
은별은 2006년 버전부터 한국에 수입되기도 했다. 당시 은별 수입사는 남북 경협 사상 최초로 판권 수수료 방식의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남북 관계 악화로 은별 2010년 버전 이후부터는 한국에서 만나볼 수 없다.

은별의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을 2016년 등장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은별 2006년 버전의 경우 한국기원 3급 수준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별은 북한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면서 비교적 단시간에 빠르게 기술 수준을 높였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북한은 2000년 들어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 힘쓰기 시작했다. 금성 제1·2 고등중학교, 김일성종합대학교, 김책공업대학교 등에서 ICT 교육에 무게를 두고 커리큘럼을 개선했다. 은별에 이어 북한이 개발한 PC용 자체 운영체제(OS) '붉은별'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북한이 2001년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붉은별은 2008년 1.0 버전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실상 붉은별을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OS 중 하나인 리눅스 배포판을 기반으로 만든 OS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붉은별을 2012년 2.0, 2014년 3.0 버전으로 판올림했다. 붉은별 초기 버전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XP와 윈도 비스타와 비슷한 외관과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눈길을 끌었다.

붉은별 OS 3.0 버전의 모습. / 조선DB
하지만, 붉은별 3.0 버전은 애플 맥 OS와 비슷하게 외관이 변경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시절 당시부터의 애플 맥 컴퓨터를 이용했으며, 실제 2013년 집무실 사진에서는 책상 위에 아이맥처럼 보이는 제품이 포착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별도의 지시를 내렸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붉은별이 북한 전역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OS는 아니다. 붉은별은 2000년대 초중반에 사용되던 PC 사양에 맞춰져 있어 현재 북한 기관이나 대학 등에서는 대부분 윈도 PC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붉은별이 북한 내에서 일반 PC용보다는 서버용 OS로 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13년 공개된 김정은 집무실 사진의 책상 오른쪽에는 애플 아이맥으로 보이는 컴퓨터가 놓여 있다. / 조선일보 DB
북한은 모바일 OS '아리랑' 시리즈도 개발했다. 이 역시 붉은별과 마찬가지로 온전하게 자체 개발한 것은 아니고, 구글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신 버전은 3월 나온 아리랑 171이다. 북한이 굳이 안드로이드 수정판 모바일 OS를 만든 이유는 검열의 목적이 크다. 북한에서는 대부분 중국산 스마트폰이 유통되는데, 여기에 아리랑 OS를 설치하면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거나 사용자 앱 이용 기록을 추적할 수 있다.

북한의 인터넷 환경은 익히 알려진 대로 철저하게 폐쇄적이다. 일반인이 자유롭게 월드 와이드 웹(WWW)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신 북한에는 국가 차원의 인트라넷인 '광명망'이 있다. 인트라넷은 기업이나 기관 등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망을 말한다. 이용자는 광명망 내에서 공유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지만, 임의로 콘텐츠를 생산해 올리는 것은 제한돼 있다.

북한의 ICT 인프라는 부족한 수준이지만,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 해킹 등 사이버 공격 수준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2013년 3.20 전산망 대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내부자료 유출, 2016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전산망 해킹 등을 두고 북한 소행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북한이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노린 사이버 공격에 치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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