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등장이 가시화되면서 현대차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의 방향성이 또다시 흔들리는 모습이다. 더욱이 아반떼와 아이오닉의 차급이 겹치는 까닭에 아이오닉 '무용론'까지 나타난 상황이다. 올해 아이오닉은 페이스리프트를 계획하고 있지만,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의 제품 라인업. / 현대차 제공
현대차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의 제품 라인업. / 현대차 제공
아이오닉은 현대차 친환경 브랜드로, 하나의 차종에 전기(EV),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의 다채로운 친환경 동력계를 갖춘 전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차다. 현대차 친환경 전략의 핵심으로서 지난 2016년 첫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가장 먼저 선보인 제품은 HEV, 이어 PHEV와 EV가 추가됐다.

2017년 아이오닉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은 1만2399대에 이른다. 썩 좋은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EV로만 7932대를 기록,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의미있는 숫자를 남겼다.

다만 PHEV와 HEV를 합한 하이브리드 제품군의 경우 4467대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아차에서 친환경 제품군 역할을 담당하는 니로에게 완전히 뒤쳐졌기 때문이다. 니로는 아이오닉과 동일 동력계와 플랫폼을 활용하는 차로, HEV와 PHEV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2017년 2만3647대를 판매해, 아이오닉보다 5배 정도 높은 성적을 냈다.

니로가 아이오닉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차급이 꼽힌다. 플랫폼은 공유하지만 아이오닉이 해치백 형태인 반면, 니로는 SUV로 만들어진다. 두 차는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결국 SUV로 재편되는 시장 흐름이 명운을 갈랐다. 니로를 향한 소비자 구애가 아이오닉을 크게 앞질렀다는 게 업계 평가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 박진우 기자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 박진우 기자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이오닉은 내부 경쟁자까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로 소형 SUV 코나의 EV 버전인 코나 일렉트릭이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SUV라는 형태가 HEV 부분에서 니로의 우월성을 입증했다면, 코나 일렉트릭은 EV에서 아이오닉을 누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게다가 코나 일렉트릭은 아이오닉의 주행거리를 크게 웃도는 성능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니로의 EV 버전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아반떼에 PHEV가 추가될 전망이 나왔다는 부분이다. 현대차가 최근 아반떼 PHEV 개발 및 양산계획을 공유한 것이다. 아반떼 PHEV는 2018년 하반기부터 생산 준비에 돌입, 이르면 2019년 상반기에 양산에 들어갈 예상이 나온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HEV에서 니로에 밀리고, EV에서 코나 일렉트릭에 치이는 아이오닉은 더욱 갈 곳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단 형태의 아반뗴 PHEV와 국내 소비자가 꺼리는 해치백인 아이오닉이 직접 경쟁을 펼치는 형국이다. 더욱이 아반뗴는 현대차의 주력 볼륨 제품으로, 소비자 인지도 역시 국내 최정상급이다. 여기에 SUV인 니로 PHEV도 건재하다. 아이오닉으로서는 쟁쟁한 경쟁자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맞딱드리는 셈이다. 아이오닉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의 페이스리프트(디자인 및 상품성 개선) 버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나 시장에서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한 차급에 다양한 동력계를 넣은 것이 오히려 브랜드의 확장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기아차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기아차 제공
기아차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기아차 제공
아반떼 PHEV의 정확한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이오닉 PHEV의 것을 감안한다면 유추가 가능하다. 아이오닉 PHEV는 105마력 1.6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8.9㎾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와 44.5㎾급 전기모터를 달았다. 전기차 단독 최대주행거리는 46㎞, 최대주행 가능거리는 900㎞에 이른다. 아반떼 PHEV가 후발주자인 것을 감안한다면 더 높은 성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국산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친환경 전용 브랜드로 야심차게 등장한 아이오닉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친환경 신제품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라며 "가뜩이나 아반떼 PHEV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이오닉 존재 가치에 대한 강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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