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의 1조원 투자 유치 본 협상이 6개월째 지지부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그룹은 지난 1월 외국계 투자 운용사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본 협상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관계자도 “아직 본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본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외국계 투자사 사이에 투자 조건을 두고 적지 않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측이 MOU 사실을 언론에 공개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 협상 속도는 더딘 편”이라면서 “보통 1월이나 상반기에 이뤄지는 투자 협상은 연말인 12월이나 하반기에 이뤄지는 협상보다 속도가 빠른 데 아직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이커머스 조직을 완비하겠다고 밝힌 신세계 그룹의 로드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온라인 전용 물류 인프라 구축, 신규 사업영역 발굴 등 신세계 그룹이 밝힌 방안을 연내 실현하려면, 상반기에는 세부 투자 계획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전문 법인을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 회사(현재의 5배)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11번가 인수를 포기한 정 부회장은 해외에서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해 신성장 동력 부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한번에 씻어냈다.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의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정용진의 승부수에 이마트 등 관련 주가가 10~17% 뛰기도 했다.
신세계와 해외 투자사의 협상이 늦어지고 있는 사이, 경쟁사의 이커머스 사업 행보도 빨라졌다. SK플래닛의 11번가는 50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이 투자에 나선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15일, 롯데닷컴과의 합병을 진행하면서 온라인 사업에 5년간 3조원을 투자 및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투자금 확대를, 투자운용사는 효율을 원하고 있다”며 “연내 이커머스 조직 구성 목표는 변함이 없고, MOU 체결에 따라 1조원 이상의 투자가 곧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