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몰입감은 인간의 심리 표층에 있는 요구입니다. 가상현실(VR) 테마파크는 인간의 조건반사까지 이끌어내는 본질적인 심층 요구를 제공합니다.”

코아먀 준이치로 반다이남코 어뮤즈먼트프로덕트비즈니스컴퍼니 소장은 19일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디큐브시티에서 IT조선 주최로 열린 넥스트VR 2018 콘퍼런스에 첫 기조강연자로 나와 VR 테마파크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강연중인 코야마 준이치로 반다이남코 어뮤즈먼트프로덕트비즈니스컴퍼니 소장. / IT조선 DB
강연중인 코야마 준이치로 반다이남코 어뮤즈먼트프로덕트비즈니스컴퍼니 소장. / IT조선 DB
반다이남코는 1990년부터 VR 게임 및 놀이기구를 기획했다. 초기 제품군은 VR이라기보다는 체험형 기기에 가까웠다. 종류도 자동차 및 오토바이 운전, 스키 정도였다.

1992년에는 배경을 보여주는 HMD(Head Mount Display)를 개발했고, 2005년에는 전방위를 보여주는 둠 스크린 기술을 현실화했다. 2012년 VR 기기 오큘러스가 등장했는데, 반다이남코는 20년간 진행해온 게임·놀이기구 기술과 노하우를 HMD에 적용했다. 4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일본 오다이바에 첫 VR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코야마 소장은 당시 일본 게임 시장이 급감세였다고 회상한다. 2006년 9000억엔(9조원)에 달했던 시장 규모는 2015년 5000억엔(5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음악, 대전, 메달 따기 등 획일화된 게임 시장에 일본 소비자가 등을 돌린 것이다.

그는 심층 요구 즉 ‘인간의 본능적인 놀라움과 감동’을 유발할 방안을 찾았다. 그래야 획일화, 정형화된 게임 센터에서 마음이 떠난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과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하는 놀이기구 발굴에 주목했다.

강연중인 코야마 준이치로 반다이남코 어뮤즈먼트프로덕트비즈니스컴퍼니 소장. / IT조선 DB
강연중인 코야마 준이치로 반다이남코 어뮤즈먼트프로덕트비즈니스컴퍼니 소장. / IT조선 DB
코야마 소장은 반다이남코의 장점인 ‘게임’에 차별화된 체험을 접목하기 위해 VR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꿈으로만 접하던 세계를 VR로 구현하면 그것이 곧 차별화된 체험 요소가 된다. VR 기기의 부피가 실제 놀이기구보다 작아 설치 제약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당시 반다이남코의 VR 테마파크 제작명은 ‘절규 엔터테인먼트’였다. 지금까지 모두가 상상했지만, 체험은 할 수 없었던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이끈다는 제작명이다.

반다이남코의 25년간의 연구개발 결과가 축적된 곳이 일본 신주쿠에 마련된 VR 테마파크 ‘VR존 신주쿠’다. VR존 신주쿠에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VR 놀이기구가 여럿 설치됐다.

방문자들은 이곳에서 인기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기동전사 건담의 파일럿이 돼 로봇을 직접 조작한다. 밀폐된 저택에서 살인마의 추적을 피하고, 알프스 산에서 스키를 즐긴다. 만화 드래곤볼의 장면에 개입해 전투를 벌이고, 게임 슈퍼마리오 캐릭터와 경쟁하며 레이싱을 즐긴다.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코야마 소장은 “VR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들은 누구나 소리지르고 다리를 떨고 움츠러드는 등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며 “이것이 곧 우리가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증거였다”고 회상했다.

강연중인 코야마 준이치로 반다이남코 어뮤즈먼트프로덕트비즈니스컴퍼니 소장. / IT조선 DB
강연중인 코야마 준이치로 반다이남코 어뮤즈먼트프로덕트비즈니스컴퍼니 소장. / IT조선 DB
반다이남코가 성공을 거둔 데는 VR 기기와 기술이 동반 발전한 영향이 크다. 소비자에게 VR 공간을 보여주는 HMD의 화질이 선명해졌고, 실감 반응을 돕는 콘트롤러가 나왔다. 여기에 사용자에게 익숙한 게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배경 등이 더해지며 시너지가 났다.

코야마 소장은 VR 기기와 기술의 발전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VR은 체험을 디지털화한다. 허구의 공간에 실감을 더해 실제하는 공간 이상의 현실감을 부여한다. 만화·영화·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현실로 가져오며, 시각뿐 아니라 인간의 반사행동까지 이끌 정도로 현실감을 부여한다.

코야마 소장은 “VR은 조건반사를 이끌 정도로 압도적인 현실감을 구현한다”며 “소비자의 감정이 폭발하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VR 테마파크의 성공 열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