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알뜰폰 시장 30% 장악…시장 활성화 위한 장기 로드맵이 없다

입력 2018.06.21 18:25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MVNO) 시장을 육성해야 하지만, 업계의 위기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통3사(MNO)가 자회사를 동원해 MVNO 업체의 자생적 경쟁력 강화를 막는 것은 물론, 이통사의 망을 빌려쓰는 대가인 ‘도매대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알뜰폰이 변화하려는 자성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매년 같은 수준의 고민만 제출될 뿐, 근본적인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기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알뜰폰 관련 토론회 모습. / IT조선 DB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알뜰폰 시장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이통시장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이통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위치하고 있어 퇴출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려운 만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통3사 자회사 점유율 30%

SK텔링크와 KT엠모바일, LGU+미디어로그 등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알뜰폰 가입자 기준으로 30%에 달한다. 2015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3년간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가입자의 70%는 이들 세 회사가 독차지했다.

김 교수는 “MVNO 서비스는 MNO 계열사의 MVNO 시장진입 허용, 시장환경변화에 둔감한 고착화된 도매대가 제도, 낮은 시장점유율 등의 이유로 경쟁 촉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알뜰폰 업체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도매대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3사 망을 빌리는 대가로 내는 비용이다. 이통사 대표로 SK텔레콤과 알뜰폰 업계가 매년 협상해 수준을 정한다.

김 교수는 "이통3사 평균 소매가격에 할인율을 적용해 도매대가를 정하니 실제 원가 반영이 어렵고, 결국 이통3사가 알뜰폰의 요금을 결정해주는구조가 됐다"며 "정부가 개입해 원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도매대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다량 데이터 선구매 제도 도입, 차별화된 데이터서비스 제공 제도 마련, 이동통신 지배력 전이 문제 해결 등이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상근부회장은 “원가와 적정 투자보수를 지불하는 원가 기반 도매대가 도입이 필요하다”며 “통신사 간 망 이용대가(접속료)에 투자보수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도매대가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과도한 지원 정책은 역효과

하지만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국내에 도입된 도매대가 정책으로 알뜰폰이 오히려 급속도로 빠르게 안착됐다며 도매대가 인하와 제도 개선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는 도매제공의무 및 대가규제라는 독특한 육성 정책으로 알뜰폰 시장이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육성했다”며 “향후 알뜰폰 정책은 국내외 통신사업자간 역차별 방지 및 대기업군·중소기업군 간 균형있는 성장에 우선 순위가 더해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국내 알뜰폰 사업이 외국인 지분 100% 허용으로 인해 낮은 도매대가 등 과도한 지원 정책은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챗바퀴 도는 알뜰폰 정책 그만…장기적 큰 그림 그려야

알뜰폰 정책이 단기적인 미봉책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 알뜰폰 활성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연대 국장은 도매대가 인하 등 방안은 이미 지속돼 왔던 정책이라며 장기적 관점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알뜰폰 업계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윤 국장은 “1년 전 이 맘때 국회 알뜰폰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나온 상황 인식과 문제점, 대안 등이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알뜰폰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할 때 반대하는 사람이 없지만 전혀 활성화 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고 밝혔다.

또 “현재 알뜰폰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저렴한 통신료 밖에 없고, 알뜰폰 업계가 어떤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치하고 다가가겠다는 전략이 없다”며 “알뜰폰 업계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투자를 하든 아니면 서비스를 개발하든 예측이 가능한 투자 요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알뜰폰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되지만 활성화 정책은 없고 도매대가 인하 등의 미봉책만 나왔다”며 “통신시장 환경 자체가 결합상품 위주로 변해 통신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기적인 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과 이를 통한 요금인하가 실행돼야 할 뿐 아니라 큰 그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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