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

앙증맞은 모습의 자율주행 셔틀이 앞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빨리 올라타라는 듯 문이 열렸다. 당연히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스프링카가 스스로 다가와 멈춰섰다. / 천안=박진우 기자
자율주행 셔틀버스 스프링카가 스스로 다가와 멈춰섰다. / 천안=박진우 기자
이 자율주행 셔틀을 만든 회사는 ‘나브야’. 프랑스 리옹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세계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이미 70대나 운영하고 있다. 그 중 한 대가 우리나라에서 퍼블릭 모빌리티(공공 이동성)을 주제로 서비스 준비 중에 있다. 국내 시스템은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스프링클라우드’, 관제 등 서비스는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포뱅크’가 맡는다. 이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스프링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는 편하게 모두 자율주행이라부르지만, 이들에게는 종류가 있다. 먼저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휠 등이 장착된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오토노모우스(Autonomous)’가 있다. 이들은 최근 나오는 부분자율주행의 발전 개념이다. 보통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까지가 여기에 속한다. 스티어링 휠도 없고, 페달도 없는 자율주행은 ‘셀프 드라이빙 카(Self Driving Car)’로 부른다. 완전자율주행을 이르는 레벨5 자율주행이다. 스프링카는 ‘셀프 드라이빙 카’다.

스프링카를 비롯한 자율주행 셔틀버스의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이동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미래 이동성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애초에 자율주행이라는 개념이 나온 이유도 교통약자를 위한 것이었다. 운전이 불가능한 사람, 예를 들어 장애인, 노인, 어린이가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현재와 같은 체제에서는 다른 사람이 이들을 도와줘야 하지만 모빌리티(이동성)의 미래 시대에는 ‘스프링카’ 같은 자율주행차가 해결한다. 즉, 타인의 도움 없이도 A지점에서 B지점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목적지를 다중 설정하는 일도 가능하다.

스프링카는 앞뒤 구분이 없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천안=박진우 기자
스프링카는 앞뒤 구분이 없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천안=박진우 기자
스프링카의 앞뒤는 정확히 동일한 디자인으로 이뤄졌다. 스스로 움직이는 덕분에 앞뒤 구분이 없는 것이다. 마치 지하철이나 트램 같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메트로’ 서비스가 존재한다고 한다. 레일을 달리지 않을 뿐, 운영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실제로 폐쇄도로, 다시 말해 제한된 순환공간 안에서의 자율주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테면 대학 캠퍼스나, 테마파크, 병원 등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총 11개의 좌석이 승객을 기다린다. 그리고 4명 정도를 ‘입석’으로 태울 수 있다. 이들을 위한 손잡이가 천정에 매달려 있다. 운전대 같은 것은 없다.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차 바닥에 휠체어 탑승자를 위한 계단이 비치됐댜는 점이 인상 깊다.

문이 닫히고 차가 움직인다. 현재는 테스트 중임을 감안, 시속 25㎞로 움직인다. 시험을 펼친 곳은 충남 천안의 자동차부품연구원이다. 각 건물을 정류소로 삼고 운행을 시작했다.

원통형의 센서가 돌발상황을 감지하고, 차를 세운다. / 천안=박진우 기자
원통형의 센서가 돌발상황을 감지하고, 차를 세운다. / 천안=박진우 기자
스프링카가 움직이는 경로는 미리 파악해 둔 것이다. 자율주행에 앞서 수동으로 경로를 수십번 돌아 센서를 통해 지도를 완성한다. 교차로라든지, 과속방지턱 등까지 미리 세심하게 알아둔다. 어디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우회전을 해야하는지도 정해진 경로에 따라 스프링카가 학습한다.

갑자기 과속방지턱이 나타나자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 또 마주오는 차가 스프링카 앞으로 지나가자 또 멈춘다. 교차로에서는 일단 정지 후 주변의 위험요소가 파악된 뒤에 움직였다. 도로가에 주정차된 차가 여러 대 있는 구간에서는 멈추고, 경적을 울린다. 아직 회피요소를 넣지 않아 피해가지 못하는 탓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의 대부분 도로는 편도 1차로이기 때문에 스프링카가 회피하려면 중앙선을 넘어야 하고, 이 경우 또 다른 법적인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행 프로그램을 짜놓았다.

머리 위의 센서로 이동경로의 지도를 만든다. / 천안=박진우 기자
머리 위의 센서로 이동경로의 지도를 만든다. / 천안=박진우 기자
보행자가 나타났다. 역시 차가 멈춰 선다. 진행 방향과 차량 측면의 원통모양 센서가 돌발상황을 감지한 덕분이다. 스프링카는 여러 개의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등이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관제센터로 보고한다. 자율주행이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관제센터에서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일본에서는 원전이 붕괴한 후쿠시마에서 스프링카와 동일한 나브야의 자율주행 셔틀이 3대 운영 중에 있다. 반복적인 복구 작업을 위해 이 차로 작업자들을 옮기는 것이다. 또 후쿠시마의 상황이 예전보다 개선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관광 셔틀의 목적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진행 방향에 차가 나타나자 속도를 줄이고, 완전히 멈춘다. / 천안=박진우 기자
진행 방향에 차가 나타나자 속도를 줄이고, 완전히 멈춘다. / 천안=박진우 기자
스프링카 같은 자율주행 셔틀이 상용화되려면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도가 아직 충분하게 마련되지 않았고,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하다. 중요한 부분은 제한된 공간에서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하려는 스마트 시티에서의 활용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등의 큰 지자체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내고 있고, 경기 김포와 같은 작은 지자체에서 주목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이미 스프링카를 둘러보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는 후문이다.

실내에는 좌석 뿐이다. / 천안=박진우 기자
실내에는 좌석 뿐이다. / 천안=박진우 기자
현재 자율주행 셔틀 실증실험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점도 ‘스프링카’의 장점이다. 그만큼 서비스적, 기술적으로 잘 준비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실제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법적 요건만 갖춰지면 언제라도 즉각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게 스프링클라우드의 설명이다. 미래 모빌리티가 아닌, 지금의 모빌리티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