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3차원(3D) 게임 개발용 고화질 소프트웨어를 활용, ‘모의 자율주행 영상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17일 전했다.

현대모비스가 3D 게임영상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모의시험 기술을 개발한다. /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가 3D 게임영상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모의시험 기술을 개발한다. / 현대모비스 제공
‘모의 자율주행 영상기술’은 컴퓨터 게임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시나리오의 3D 가상 환경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현실의 여러 제약조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원하는 환경을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 성능을 높이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모비스는 자율주행차용 카메라의 사물 인식 정확도를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기술은 모비스 인도연구소와 타타 엘렉시와의 협력으로 진행 중이다. 타타 엘렉시는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 최적화된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모비스는 2007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하이데라바드에 인도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지 우수 연구 인력을 채용해 DAS(운전자지원시스템)와 자율주행시스템, 멀티미디어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에 특화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양승욱 현대모비스 ICT연구소장(부사장)은 "모의 자율주행 영상 기술은 2019년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는 미래차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우수 전문 업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기상 악화, 복잡한 도심 등 다양한 조건 구현해 무제한 테스트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핵심 센서로 분류되는 카메라의 성능을 높이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 공간에서는 여러 제약이 많아 카메라 성능 개선에 어려움이 따른다.

모비스가 자율주행 테스트에 활용하려는 기술은 3D 게임 개발용 영상 소프트웨어로, 고화질 입체 영상을 통해 야간 우천, 복잡한 도심, 물웅덩이, 도로공사 현장 등 다양한 주행 시나리오 제작이 가능하다. 이렇게 구현한 가상 환경에서 자율주행차 카메라를 테스트하면 수많은 차와 보행자, 교통신호 인프라, 도로 표식 등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인식 능력이 키워진다.

자율주행 시험차가 전세계 도로에서 온갖 기후와 특이 지형, 다양한 도로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함께, 가상공간에서 모의 환경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식으로 센서 검증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관련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기술의 목적으로 통한다.

◇ 딥러닝으로 1800만장 이미지 자동으로 분류…센서 성능 획기적으로 높인다

모비스는 현재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인정받는 딥러닝을 활용, 주행 영상 자동 분류 기술을 2019년 상반기 내놓을 계획이다. 모의 자율주행 영상기술처럼 자율주행차용 카메라 인식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사용된다.

자율주행차의 전방 카메라는 사람의 눈을 대신해 차량, 차선, 보행자, 신호등 등 수많은 대상을 포착하고, 판독해야 한다. 판독 정확성을 올리려면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미 갖고 있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 수록 인식 정확도가 높아진다.

학습 정보는 영상도 중요하지만 개별 정보의 이름을 정하는 주석작업(라벨링)도 중요하다. 카메라를 학습시키기 위해 포착한 영상에 차량, 보행자, 교통 표지판 등 대상의 종류를 각각 지정해주는 것이다.
이진언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선행개발실장(이사)는 "센서가 불러들인 영상에 주석을 다는 작업은 통상 1000여명 정도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현대모비스는 이를 딥러닝 기반의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와 속도 등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자율주행차 카메라가 대상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사물 종류 하나당 100만장 가량의 영상이 필요하다고 파악한다. 모비스는 자체적으로 총 18종의 분류 카테고리(차량, 보행자, 차선, 도로환경 등)를 선정, 국가별로 평균 1800만장 가량의 주행 영상을 자동 라벨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같은 데이터베이스(DB)의 양과 질은 센서 인식 정확도를 좌우하며, 이 때문에 딥러닝 기반의 자동화 기술이 적용될 경우 개발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모비스는 현재 미래차 기술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해 최근 딥러닝 카메라 영상 기술을 가진 한국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에 투자했고, 독일 레이더 전문 업체와도 고성능 레이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인재 영입도 적극적이다. 2017년 7월 자율주행 센서 전문가 그레고리 바라토프 상무를, 2018년 상반기 소프트웨어 부문 칼스텐 바이스 상무를 데려왔다. 모두 독일 콘티넨탈 출신이다.

아울러 모비스는 현재 600여명 수준인 자율주행 연구 개발 인력을 2021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 800여명 수준인 국내 연구소 소프트웨어 설계 인원은 2025년까지 4000명으로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