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3종에 불과한데다, 최근 소형 SUV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경차 소비자가 빠져나간 탓이다.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경차는 찬밥 신세이기 일쑤다. 어차피 생산단가가 비싼 전기차를 굳이 작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차 시장의 도태를 거론하는 중이다.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 한국GM 제공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 한국GM 제공
18일 각사 판매실적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까지 경차는 총 8만2865대가 판매됐다. 이는 2017년 같은 기간 9만2272대에 비해 10.2% 위축된 결과다. 먼저 경차 1위 기아차 모닝은 8월 누적 판매량이 3만9953대로, 전년대비 16.8% 하락했고, 쉐보레 스파크도 2만3762대에 불과해 전년대비 24.7% 빠졌다.

경차 시장의 위축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취득세 감면, 고속도로 통행료, 공영주차장 50% 할인, 유류환급금 등의 강력한 유인혜택이 있음에도, 국내 판매중인 제품은 단 3종에 불과해 소비자 선택권이 극도로 제한됐다.

게다가 경차의 경우 개발 비용만큼 수익을 거두기가 어렵다는 게 경차를 판매 중인 기아차와 쉐보레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외에는 경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세대와 연식변경을 거듭하며 가격을 올려도 세제혜택과 시장 장벽이 높다는 점 덕분에 시장이 유지됐다.

그러나 대안으로 소형 SUV가 뛰어오르며 상황이 반전됐다. 경차 대신 소형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소형 SUV의 경우 차체가 조금 작지만 SUV만의 실용성을 갖추고, 디자인 등에서 경차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은 준중형차에 버금가고, 경차만큼의 세제 혜택이 없어도 인기가 상당하다. 실제 국산차 각 사는 한 종 이상의 소형 SUV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미 1000만원을 훌쩍 넘긴 경차를 살 바에는 조금 더 보태서 소형 SUV를 사겠다는 기류도 형성됐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은 경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판매가 늘어난 기아차 레이도 증명한 부분이다. 레이는 경차지만 실용성을 최대한 살린 박스카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2018년 누적 판매량도 전년대비 50.6% 늘어난 1만9150대를 기록했다. 실용성과 세제혜택의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는 셈이다.

경차 시장이 지금 당장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지만, ‘서민의 발로서 등장한 경제적인 차’인 경차에 대한 비선호 현상은 결국 경차 혜택의 수정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더욱이 1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경차의 경우 연료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에도 큰 효과가 없어 환경성을 강조하는 최근 시류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경차 혜택 대신 친환경차에 혜택을 더 몰아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차는 찬밥신세다. 경차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전기차는 전무한 것이다. 제한된 도로 환경에서 근거리를 주행하는 전기차는 초소형차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고, 장거리 전기차는 굳이 경차 형태로 만들지 않는다. 어차피 제작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작은차로 만들 이유가 없어서다. 전기차 세제혜택이 경차 혜택보다 월등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 자동차 관계자는 "결국 경차 시장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게 최근 업계의 솔직한 분위기"라며 "경차 혜택을 뛰어넘는 실용성과 상품성을 갖춘 소형 SUV 시장이 뜨고 있고, 친환경성을 강조한 전기차 역시 경차를 능가하는 혜택으로 무장하고 있어 경차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 경차는 혜택이 축소되거나, 다른 차급으로 확장되는 등의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