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에 집중합니다. 낮은 비용으로 빠르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플과 이더리움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국제송금망(SWIFT)를 완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은행권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송금을 보내면 수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수수료도 많이 듭니다. 또 송금 방법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정보가 많아 송금을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귀찮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송금망이 거의 유일하게 국가간 송금망으로 이용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당사자들끼리 직접 이뤄지는 거래가 아니라 청산기관, 중앙은행, 타금융기관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중간에 들어와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등장은 이런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은행과 같은 중개인 역할이 사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리플과 JP모건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플, SWIFT 시장 평정하나
리플은 그 태생부터 은행 간 비효율적인 송금 방식을 해결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리플은 소수가 거래 검증을 하는 허가형(Permissioned) 블록체인입니다. 리플넷(Ripple Net)이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합니다. 리플넷은 은행, 지불업체, 송금업체 및 기타 금융기관 등 1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입니다. 또 리플넷은 리플코인(XRP) 기반 결제 플랫폼 엑스래피드(xRapid)를 상용화했습니다.
지난 2일 외신에 따르면 결제서비스업체인 머큐리FX와 쿠알릭스(Cuallix), 협동조합인 캐털리스트 코퍼리트 페더럴 크레딧유니언 등 3곳은 엑스래피드 플랫폼 상용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엑스래피드의 첫 상업 적용은 리플과 XRP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 동안 리플은 방코 산탄데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머니그램, 웨스턴 유니언 등 세계 120곳 이상의 글로벌 은행과 신용카드, 자금송금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엑스래피드를 시범 운영만 했습니다.
기존 제휴사들의 활동을 볼까요? 또 스페인 최대은행 산탄데르는 4월 리플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외환결제 서비스 원페이FX를 출시했으며, 일본은 61개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플과 제휴하고 은행 간 송금 서비스 통합 어플리케이션 머니탭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리플 엑스커런트 고객사에 합류했습니다. 두 은행은 2017년 12월 일본 SBI 그룹과 리플 간 합작사인 SBI 리플 아시아와 제휴를 맺고 SBI 리플 아시아 해외송금 솔루션 기술 검증을 마치고 상용화를 검토 중입니다. 또 신한·KEB하나·KB국민·우리은행 등은 20여개 글로벌 은행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결제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 '아전트(Argent)'에 참여합니다.
JP모건은 ‘암호화폐(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속 은행 산업의 관여(banking industry involvement in cryptocurrencies and blockchain technologies)’ 보고서에서 "리플은 이미 금융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리플은 SWIFT 혁신을 이뤄냈다"고 밝혔습니다.
◇ JP모건도 도전장... 75개 은행 힘모아
JP모건은 리플을 칭찬하면서도 자체 기술로 은행간 정보네트워크(IIN, Interbank Information Network)플랫폼을 지난해 10월 선보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와 프랑스 최대 금융그룹인 소시에테제네랄 등 75개 이상의 은행이 최근 참여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IIN은 JP모건과 이더랩(EthLab)이 공동 개발한 이더리움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 쿼럼(Quorum)을 이용합니다.
JP모건은 이번 블록체인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모든 참여 은행이 접근할 수 있는 공동 원장을 통해 해외 결제 과정이 간소화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수수료도 대폭 낮출 수 있으며 보안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제이슨 골드버그(Jason Goldberg) JP모건 애널리스트는 "해외 송금과 지급 결제는 시중 은행들이 '무(無)-은행'시대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라며 "블록체인은 은행 비즈니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 중 하나다"라고 밝혔습니다.
우영웅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지난 5월 열린 한 세미나에서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 등장으로 향후 중개기관으로서 금융업은 존재할 수 없다"며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도 신기술의 파괴성을 경고한 것입니다. 국제송금망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와해적 혁신을 가져올 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