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에 집중합니다. 낮은 비용으로 빠르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플과 이더리움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국제송금망(SWIFT)를 완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은행권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입니다.

 기존 국제송금망을 리플 등 블록체인 기술이 대체할 조짐을 보인다. / 디지털익스체인지닷넷 갈무리
기존 국제송금망을 리플 등 블록체인 기술이 대체할 조짐을 보인다. / 디지털익스체인지닷넷 갈무리
국제송금망(SWIFT)은 신속하고 정확한 해외송금을 위해 만든 국제 코드입니다. 영문과 숫자 혼합으로 8자리 또는 11자리로 이뤄졌습니다. 해외송금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접근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송금을 보내면 수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수수료도 많이 듭니다. 또 송금 방법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정보가 많아 송금을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귀찮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송금망이 거의 유일하게 국가간 송금망으로 이용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당사자들끼리 직접 이뤄지는 거래가 아니라 청산기관, 중앙은행, 타금융기관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중간에 들어와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등장은 이런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은행과 같은 중개인 역할이 사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리플과 JP모건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플, SWIFT 시장 평정하나

리플은 그 태생부터 은행 간 비효율적인 송금 방식을 해결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리플은 소수가 거래 검증을 하는 허가형(Permissioned) 블록체인입니다. 리플넷(Ripple Net)이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합니다. 리플넷은 은행, 지불업체, 송금업체 및 기타 금융기관 등 1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입니다. 또 리플넷은 리플코인(XRP) 기반 결제 플랫폼 엑스래피드(xRapid)를 상용화했습니다.

지난 2일 외신에 따르면 결제서비스업체인 머큐리FX와 쿠알릭스(Cuallix), 협동조합인 캐털리스트 코퍼리트 페더럴 크레딧유니언 등 3곳은 엑스래피드 플랫폼 상용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엑스래피드의 첫 상업 적용은 리플과 XRP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 동안 리플은 방코 산탄데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머니그램, 웨스턴 유니언 등 세계 120곳 이상의 글로벌 은행과 신용카드, 자금송금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엑스래피드를 시범 운영만 했습니다.

기존 제휴사들의 활동을 볼까요? 또 스페인 최대은행 산탄데르는 4월 리플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외환결제 서비스 원페이FX를 출시했으며, 일본은 61개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플과 제휴하고 은행 간 송금 서비스 통합 어플리케이션 머니탭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리플 엑스커런트 고객사에 합류했습니다. 두 은행은 2017년 12월 일본 SBI 그룹과 리플 간 합작사인 SBI 리플 아시아와 제휴를 맺고 SBI 리플 아시아 해외송금 솔루션 기술 검증을 마치고 상용화를 검토 중입니다. 또 신한·KEB하나·KB국민·우리은행 등은 20여개 글로벌 은행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결제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 '아전트(Argent)'에 참여합니다.

JP모건은 ‘암호화폐(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속 은행 산업의 관여(banking industry involvement in cryptocurrencies and blockchain technologies)’ 보고서에서 "리플은 이미 금융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리플은 SWIFT 혁신을 이뤄냈다"고 밝혔습니다.

◇ JP모건도 도전장... 75개 은행 힘모아

JP모건은 리플을 칭찬하면서도 자체 기술로 은행간 정보네트워크(IIN, Interbank Information Network)플랫폼을 지난해 10월 선보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와 프랑스 최대 금융그룹인 소시에테제네랄 등 75개 이상의 은행이 최근 참여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IIN은 JP모건과 이더랩(EthLab)이 공동 개발한 이더리움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 쿼럼(Quorum)을 이용합니다.

JP모건은 이번 블록체인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모든 참여 은행이 접근할 수 있는 공동 원장을 통해 해외 결제 과정이 간소화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수수료도 대폭 낮출 수 있으며 보안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제이슨 골드버그(Jason Goldberg) JP모건 애널리스트는 "해외 송금과 지급 결제는 시중 은행들이 '무(無)-은행'시대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라며 "블록체인은 은행 비즈니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 중 하나다"라고 밝혔습니다.

우영웅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지난 5월 열린 한 세미나에서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 등장으로 향후 중개기관으로서 금융업은 존재할 수 없다"며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도 신기술의 파괴성을 경고한 것입니다. 국제송금망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와해적 혁신을 가져올 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