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연비 좋은 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고연비로 인기를 모았던 디젤차가 배출가스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엔진과 전기동력의 장점을 각각 누릴 수 있어서다. 그에 반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차 가격을 유류비 절감으로 상쇄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로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 현대차 제공
고유가로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 현대차 제공
전국유가정보를 제공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12일 기준 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1680.79원으로, 전일대비 1.12원 상승했다. 1년 전인 2017년 10월 둘째주 휘발유 가격은 1503.09원으로 나타나, 불과 1년만에 180원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유 가격 역시 1484.08원으로 3주 이상 증가세다. 1년전 1293.96과 비교해 190원 이상 올랐다.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요즘 주유소 가기가 무섭다는 운전자가 부쩍 늘었다. 또 차를 새로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연비’를 차량 선택의 주요 요소로 여기고 있다.

수년간 높은 연비로 각광을 받았던 디젤차가 배출가스 등 크고 작은 문제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동력계는 가솔린이 가진 원래의 장점에 전기동력을 활용하기에 성능과 효율에서 좋은 능력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지에서는 전기만 활용하기 때문에 연료소모는 ‘0’에 가깝다. 물론 전기가 부족할 경우 연료를 태워 엔진을 돌리지만 엔진 개입 비중이 단독 내연기관에 비해 적다는 점은 충분한 장점이다.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이미 시장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현대차 그랜저의 경우 2018년 9월 누적판매량은 8만3454대로, 전년(10만4246대)대비 19.9% 감소했으나, 하이브리드는 되려 43.1%(1만7284대) 늘었다. 이에 따라 그랜저 전체에서 하이브리드 비중 역시 11.6%에서 20.7%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판매된 그랜저 5대 중 한대는 하이브리드였다는 얘기다.

수입차도 하이브리드 인기가 상당하다. 9월 누적기준으로 판매량이 5.4% 상승했다. 주도하는 브랜드는 도요타와 렉서스 등으로, 특히 렉서스의 경우 최근 주력세단 ES를 하이브리드로만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도요타는 올해 하이브리드 인기에 힘입어 2017년보다 45%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세제혜택이 일부 있으나, 그랜저를 기준으로 동일 배기량의 최고급형(하이브리드 3919만원 / 가솔린 2.4 3338만원)의 가격 차이는 600만원 가량이다. 가솔린에 추가되는 전기동력과 이를 통한 연료향상에 대한 댓가인 것이다.

렉서스 ES300h 동력계. / 렉서스 제공
렉서스 ES300h 동력계. / 렉서스 제공
사실 600만원의 가격 차이는 메우기가 쉽지 않다. 오로지 연비로만 따진다면 말이다. 먼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표시연비가 복합 16.2㎞/ℓ로, 국내 운전자의 1년 평균주행거리인 1만5000㎞를 대입할 경우 1년에 휘발유 926리터를 사용한다. 같은 계산으로 그랜저 가솔린 2.4(연비 복합 11.2㎞/ℓ)는 1339.3리터다.

이를 연료비(12일 전국 휘발유 가격 기준)로 환산하면 하이브리드는 1년에 155만6411.54원을 쓴다. 가솔린(2.4리터)은 225만1082원을 소비한다. 1년 연료비 차이는 69만4671원으로, 하이브리드를 8년 이상 보유해야 차 가격을 상쇄할 수 있다. 물론 단순 계산이어서 사용상의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그래도 적어도 5년 이상은 하이브리드를 굴려야 동일 배기량의 가솔린차보다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무작정 연비로만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기에도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장은 "높아지는 기름값 때문에 오로지 연비만 보고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하이브리드 구입 시에는 차 가격 등 전체 비용도 고려하는 것이 진짜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