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물리적인 거울 없이 카메라와 모니터로 구성된 디지털 사이드미러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8일 제네시스 강남에서 진행된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의 미디어 프리뷰 현장에서 만난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전무)은 "우리도 디지털 미러의 적용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며 "디지털 미러는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있어 굉장히 높은 디자인 자유도를 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할로겐 램프에 비해 크기가 작은 LED 램프가 자동차 전면 디자인의 흐름을 바꾼 것처럼 디지털 미러 역시 자동차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2013년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HND-9. 사이드미러가 없다. / 현대차 제공
현대차가 2013년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HND-9. 사이드미러가 없다. / 현대차 제공
최근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는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와 실내 모니터로 구성된 ‘디지털 미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디지털 미러는 자동차의 사이드미러 부분에 면적과 부피가 적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후측방 영상을 실내 별도 모니터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미러는 거울로 만든 사이드미러에 비해 왜곡이 적고, 화각을 크게 넓혀 사각지대를 비추며, 촬영된 영상을 확대할 수 있어 꿈의 사이드미러로 불린다. 공기역학에 있어서도 기존 사이드미러에 비해 저항이 작아 10~15%의 연료효율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자동차 전자장비 비중이 확대됨과 동시에 디지털 미러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렉서스와 아우디는 각각 주력세단 ES와 전기 SUV e-트론을 통해 양산 기술로 디지털 미러를 선보였다. 이 밖에 폭스바겐이 전세계 250대 한정판매한 1리터카(연료 1리터로 100㎞를 주행하는 차) XL1에도 디지털 미러가 적용됐고, 현대차는 HND-9 콘셉트를 통해 거울없는 자동차를 소개했다.

아우디 e-트론의 ‘버추얼 익스테리어 미러’ / 아우디 제공
아우디 e-트론의 ‘버추얼 익스테리어 미러’ / 아우디 제공
다만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한계도 있다. 이상엽 센터장은 "카메라와 모니터로 구성된 디지털 미러가 차 안으로 들어오면 운전자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운전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수많은 정보들이 디지털 기술에 의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데, 모니터로 후측방의 상황을 살피는 디지털 미러까지 자동차 실내에 들어올 경우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차는 향후 수년간 디지털 미러라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유지 보수나, 전기적 고장 등 단점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 반영됐다. 현재 양산 적용된 차들을 면밀히 분석한 후에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상엽 센터장의 말이다.

이상엽 센터장은 "이미 디지털 미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가 있다"며 "예를 들면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진행 방향의 뒤쪽을 모니터에 표시하는 후측방모니터링시스템이 그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디지털 미러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누적된 통계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 중의 하나로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연합(UN)은 2015년 자동차 안전에 대한 국제 기준을 개정, 뒤를 비추는 거울의 의무 장착 규정을 없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일본은 2016년 미러리스(거울이 없는) 자동차 운행을 허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카메라와 같은 기계장치가 거울을 대체하는 ‘자동차 및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