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한번에 대란...15년간 이틀 장애는 없었다 (종합)

입력 2018.11.25 19:37 | 수정 2018.11.26 10:04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소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핵심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광케이블과 전화선이 불에 타며 교체해야 한다. 복구 기간 일주일은 최근 15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장기 통신장애로 분류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CT 기술 의존도가 높은 현대 사회 특성이 화재에 따른 피해를 더 키웠다고 분석한다. 이번 통신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은 화재이지만, KT의 방재 설비 미비와 관리의 허점이 화를 불러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블을 복구하고 있는 KT 직원. / KT 제공◇ 이틀째 ‘먹통’…완전히 복구되려면 일주일 걸려 25일 KT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12분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일대와 고양시 일부 지역의 통신장애를 불러왔다.
KT는 "오후 6시 기준으로 인터넷 약 21만5000 가입자 가운데 21만 가입자의 회선이 복구됐고, 무선은 2833개 기지국 가운데 약 1780개가 복구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회선은 97%, 무선은 63% 복구된 셈이다.

당초 KT는 25일 복구 완료를 목표로 했지만, 무선은 26일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와 관련해 "무선, 인터넷, IPTV 등 복구율을 높이기 위해 지하 통신구가 아닌 외부(지상)로 케이블을 연결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의 1차 감식 결과 지하 1층 통신구 79m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선을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통신구 내 광케이블과 전화선이 불에 타버리며 복구에 차질을 빚었다. 무선전화의 경우 이동 기지국과 인근 국사로 트래픽을 우회해 처리함으로써 유선보다 복구 속도가 빠르다.

소방당국과 KT는 소실 광케이블과 회선을 복구하려면 최소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 통신구에 소화기만 비치…안이한 방재

이틀째 통신장애가 이어지자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허술한 설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특히 KT 아현지사의 경우 통신설비가 밀집된 곳으로,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소화기만 있고 스프링클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주말이라는 특수성상 상주직원이 2명에 불과해 빠른 대응이 쉽지 않았다.

소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소방법은 전력이나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는 500m 미만이라 의무적으로 방지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소방법이 통신 서비스와 급증하는 트래픽 양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또 KT가 집중 국사를 운영하며 통신장비를 분산 수용하지 않아 화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만 하루 동안의 ‘통신먹통’…최근 15년간 최장기록

화재 발생 만 하루가 꼬박 지난 상황에서도 KT 통신장애 문제는 완전 해결되지 않았다. 최근 15년간 최장 통신장애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에서 발생한 통신장애 사례를 보면, 2004년 이후 23차례 발생했고, 시간은 55시간40분에 달한다. 이 중 24시간을 넘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 장애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오류, 하드웨어 불량, 과부하 등으로 인한 것이다. 이번처럼 화재에 의해 설비가 직접 파손되지 않아 복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과거 통신구 화재로 대형 통신장애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4년 3월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는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 무더기 통신두절을 불러왔다. 불이 지하 통신구 내 광케이블을 삼켜 통신선로 32만1000회선이 손상된 것이다. 당시 전화는 물론이고 방송회선까지 차단됐다. 전화의 경우 화재 발생 나흘만에 복구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대구 지하통신구에서 불이 나 대구 시내 통신망이 마비됐고, 2000년 2월에는 여의도 전기·통신 공동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흘쯤 통신장애가 있었다.

◇ 보상 어떻게…약관상 보상은 ‘미미’

이번 통신장애는 피해 규모가 방대하단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KT가 내놓을 보상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황창규 KT 회장은 "적극적인 보상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밝혔고, 회사 측 역시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해 보상방안을 내놓겠다"고 전했다.

현재 KT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약관에는 고객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월정액(기본료)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고객과 협의를 거쳐 손해배상을 하도록 돼 있다. IPTV의 경우 시간당 평균요금의 3배를 보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통신장애로 인한 영업 피해는 보상 전례가 없어 보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 1994년 종로 통신구 화재 때도 한국통신(현 KT)은 간접적인 경제 손실은 보상하지 않았다. SK텔레콤도 2014년과 올해 4월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실제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별도 보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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