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압박이 점점 더 강화되는 가운데 대기업뿐만 아니라 강소기업들도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부품 등을 공급하며 사세를 키워 온 IT 중견기업들의 오너들은 사재를 털어 재단을 설립해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부금 수입내역이 없고, 사업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활동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업 중인 주성엔지니어링 직원 모습. / 주성엔지니어링 갈무리
작업 중인 주성엔지니어링 직원 모습. / 주성엔지니어링 갈무리
부품 공급사로 유명한 대덕전자, 일진홀딩스, 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대덕복지재단 ·해동과학문화재단, 일운과학기술재단,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 1조 매출 대덕그룹, 자산대비 소박한 사업규모

매출 1조원이 넘는 그룹사로 성장한 대덕그룹은 2개의 복지재단을 두고 있다. 창업주 김정식 회장은 사재를 들여 1991년 해동과학문화재단을, 2002년 대덕복지재단을 설립했다.

해동과학문화재단의 경우 이·공학 연구 지원, 산업기술 진흥사업 수행을 위해 교육시설 지원사업, 장학사업, 해동상을 시상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김정식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02년 추가로 설립한 대덕복지재단 역시 김정식 회장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두 재단은 이자를 통해서 얻은 이익을 공익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2017년 대덕복지재단 수익은 7억3000만원이다. 기부금이 아닌 이자수익이다. 이 중에서 목적사업비로 지출된 금액은 4억2000만원이다. 목적사업비는 공익재단이 자신들의 설립 목적과 직접 관련있는 사업에 지출한 돈이다.

해동과학문화재단 교육연구시설 지원사업. / 대덕전자 갈무리
해동과학문화재단 교육연구시설 지원사업. / 대덕전자 갈무리
해동과학문화재단 2017년 이자수익을 비롯한 사업수익은 34억원으로 2016년 47억원보다 줄었다. 2017년 전체수익 중 28억원을 목적사업 지출금으로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재단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공익 사업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 금융자산, 부동산 등을 포함한 해동과학문화재단과 대덕복지재단의 자산규모는 각각 808억원, 274억원이다.

◇ ‘일운과학기술재단’ 임대수익으로 장학사업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업체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17년 2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2005년 기술연구개발 분야가 인재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상을 극복하고 우수한 인재양성과 연구개발 활동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일운과학기술재단을 설립했다. 일운과학기술재단은 국내외 학사 이상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일운과학기술재단은 매년 장학금 지급에 1억원 초중반 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최근 2016년과 2017년 매년 사용된 목적사업비는 1억원쯤이다.

일운과학기술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일운과학기술재단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료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 별도의 기부금 수익은 없다. 일운과학기술의 전체 자산 46억원 중 45억원쯤은 부동산 자산이다.

◇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 배당금으로 사업비 충당

일진그룹은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구 덕명학술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1993년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의 발굴과 양성을 위해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일진상 수상자. /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 제공
일진상 수상자. /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 제공
일진그룹 역시 배당금과 이자 등이 주된 수익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은 일진홀딩스 지분 0.12%, 일진전기 0.26%, 일진제강 1.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은 2017년 이자수익 1091만원, 배당금 수익 768만원을 얻었다. 목적사업비로는 1억4000원을 지출했으며, 이 중 64%에 해당하는 9000만원은 허 회장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한우물파기로 홈런치기 프로젝트' 활동에 기부됐다.

나머지 5000만원은 한국공학한림원 ‘일진상'에 사용됐다. 일진상은 국내 공학기술 발전을 위해 정책 개발, 봉사활동 등으로 공학기술 진흥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하며, 매년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에서 후원한다. 2017년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은 두 활동 외 별다른 공익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