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을 보면 중국을 알 수 있다"…2019년 중국 모바일 트렌드 살펴보니

입력 2019.01.20 07:38

"위챗에는 중국인의 모든 일상이 담겨있다. 위챗에 없는 서비스는 중국에 없는 서비스다."

이현주 텐센트 디자이너는 패스트캠퍼스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공제조합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UX·UI 디자인 트렌드 세미나 2019’에서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인프라가 없는 중국 오프라인의 한계를 온라인의 혁신으로 실현해 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인의 삶과 모바일 앱의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 트렌드 발표에서 중국의 모바일 앱 전략은 "원주민을 이주시킨 뒤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것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위에 건물을 새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중국 앱을 대표하는 IT 기업은 단연 텐센트와 알리바바다. 위챗은 텐센트가 2011년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앱으로 중국을 상징하는 앱이다. 채팅을 넘어, 위챗에는 각종 앱의 기능을 한데 모아놨다. 위챗에 없는 서비스라면 중국에 없는 서비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예를 들어 회사 인트라넷과도 연동해 휴가계를 내거나 항공편을 찾아 구매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이현주 텐센트 디자이너. / 차현아 기자
왜 위챗에는 이처럼 ‘별의별' 기능을 다 넣게 된걸까.

중국은 여전히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다. 이 빈 틈을 파고 든게 택시 호출 서비스인 디디였다.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니 당연히 앱으로 결제를 하게 된다. 모바일 교통 서비스와 온라인 페이 시스템이 함께 확산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페이와 위챗 페이만으로도 모든 결제가 가능하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고구마를 살 수도 있다.

열악한 교통 인프라 덕분에 모바일 뱅킹 서비스도 발달했다. 은행 지점도 우리나라처럼 여기저기 설치된 것도 아니다. 한번 은행 업무를 보려면 택시로 20~30분씩 타고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페이 시스템이 오프라인 인프라를 대체한 덕분에 공유 자전거와 같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신규 서비스가 날개를 달고 순식간에 확산됐다. QR코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바로 결제할 수 있는 단순함 덕분이다.

위챗의 한달 활성 이용자수는 10억8000만에 달한다. 메시지 전송 건수는 하루에 450억건이며, 영상통화 건수도 하루 당 4억1000만 건에 이른다.

중국의 앱과 서비스는 "우리 앱 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자부심으로 내세운다. 중국 앱이나 포털 사이트 디자인이 언뜻보면 대부분 유사해보이는 이유다. 한 화면에 사람들이 이용할법한 기능을 모조리 노출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이커머스와 음식배달, 여행서비스 등 서비스 특징이 다른 앱 조차도 레이아웃이 비슷하다.

QR코드 촬영이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중국어의 특징 때문이다. 중국어의 간결한 글자체인 간체도 직접 문자를 타이핑하는 건 찍거나 말로 하는 것보다 느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에선 음성 입력이 손으로 적는 입력 방식보다 보편적이다. 중국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내 검색 15%가 음성입력의 결과다.

오프라인에서 찾기 힘든 ‘신뢰'도 중국인들은 모바일로 구현하고 있다. 가짜 분유로 신생아 수십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중국인들은 믿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국인들은 모바일에서 서비스 평점이나 리뷰, 댓글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바일 음식 주문 앱에서도 상점에 대해 예를 들어 얼마나 안전하게 음식을 만드는지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는 것을 중시한다.

중국 내 앱과 서비스는 2019년 더 많은 변화를 거듭할 전망이다. 이현주 디자이너는 올해 중국 모바일 서비스의 트렌드로 ▲가볍고 빠른 미니 앱 ▲인공지능(AI)과 로봇 ▲틱톡과 같은 15초 영상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중국에서는 위챗 등 하나의 앱 안에서 가볍고 빠르게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미니 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굳이 앱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더라도 QR코드만 찍으면 언제 어디서나 음식을 주문하고 친구에게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AI와 로봇을 도입한 앱 서비스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텐센트에서는 로봇형 스마트 스피커를 만들거나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시킨 스피커도 출시됐다. 중국에서는 로봇 디자이너가 배너를 제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광군제 때는 로봇이 4억 개의 배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는 인간 디자이너 한 명이 20분에 걸쳐 하나의 배너를 만든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100명이 150년 동안 만들어야 하는 수준이다.

틱톡의 인기에 자극을 받아 15초 짜리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속속 등장한 것도 올해 중국 모바일 트렌드다. 콰이쇼우(快手)라는 플랫폼도 중국 내에선 틱톡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각 플랫폼은 올해 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이고, 이용자 유인을 두고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티몰의 광군절 프로모션 광고 화면
이현주 디자이너는 중국에서 근무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겉모습이 중요한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디자인적으로 단순하고 깔끔하지 않아도 이용자에겐 특별히 단점으로 부각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 디자이너는 2013년 알리바바에 근무하던 당시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의 디자인을 맡았다. 한 화면에 너무 많은 기능이 노출돼있다보니 복잡하고 너저분해 보였다. 단순하면서도 고급 브랜드만 판매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깔끔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디자이너가 텐센트로 옮긴 뒤 티몰은 다시 ‘너저분하고 복잡한’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정작 그렇게 복잡한 디자인도 중국인들의 지갑을 여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티몰의 2018년 광군절 하루 거래액만 34조7000억원에 달한다. 알리바바의 페이 시스템인 알리페이는 초당 30~40만 건의 결제를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 디자이너는 "한국인의 눈에 비친 티몰의 모습은 깔끔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디자인도 통하는 곳이 중국"이라며 "그동안 단순한 것이 최고라는 하나의 가치만 무조건 옳다고 여겨왔던 건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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