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의 4차산업 법이야기] 갈팡질팡한 정부 정책…제대로 된 블록체인 육성은 언제쯤

  •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입력 2019.02.18 06:00

    정부는 산업융합촉진법과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정보통신융합법) 등 2개 법안을 1월 17일부터 시행했다. 이들 2개 법안과 규제 자유 특구 및 지역 특화발전 특구에 관한 규제 특례법(지역특구법)은 대표적인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3법이다.

    산업융합촉진법과 정보통신융합법은 블록체인이나 공유차량 서비스 등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이나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당면한 다양한 규제를 일시적이나마 완화하는 법령이다. 그 핵심은 임시허가제도와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제도(규제 샌드박스 제도)다.

    제도 시행을 기다렸다는 듯 현대자동차·KT·카카오페이 등 대기업과 마크로젠(바이오)·모인(핀테크)·조인스오토(플랫폼) 같은 스타트업·중견기업 등 총 19개 기업이 시행 첫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에 규제특례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월 7일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시행되기 전 혁신 금융서비스 조기 출현을 위해 샌드박스 사전 신청을 접수한 회사는 총 88곳, 105개 서비스에 달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로 인해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비즈니스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만큼 기업들이 목말라 했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에 규제특례신청서를 제출한 업체 중 ‘모인’이라는 기업이다.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 첫 심의위원회 결과, 제외됐다. 모인은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도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비할 것과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송금액 한도를 상향 조정해줄 것을 내용으로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제도는 관련 법령의 허가 등 규제로 인해 사업 시행이 어려운 신기술‧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다. 사업자가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규제특례를 신청하면 관계부처 검토 및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규제특례를 지정(2년 이내, 1회 연장 가능) 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부처간 합의가 되지 않아 모인이 첫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다음 심의위에서 다시 다루겠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와 법무부가 모인이 규제샌드박스 통과사례가 될 경우 가상통화 시장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모인이 이용하는 블록체인 송금망이 리플 기반 솔루션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모인은 암호화폐와 무관하다. 모인은 2016년 3월 법인을 세워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4개국에 송금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해외송금을 위해 이용하는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 대신 스텔라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로 해외송금을 한다. 모인은 ICO를 한 적이 없는 순수 블록체인 기술 활용회사다. 모인은 특히 2018년 1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소액해외송금업 라이선스를 받았다. 이에 법적 지위는 기존 비금융사에서 금융업자로 변경됐다.

    또 과기정통부는 2018년과 비교해 시범 사업 규모를 15개 사업(770억원)에서 30개 사업(837억원)으로 확대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성장지원에는 5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육성하겠다면서도 정작 모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기술 회사를 규제샌드박스 1차 심의에서 제외했다. 과연 블록체인을 진흥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어떤 의미일까? 이더리움과 EOS 등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을 모두 배제하겠다는 의미일까. 한쪽에서는 50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지만 사업이 없다면 백만 지원책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정부는 어디에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말인지 정확히 정책을 정해야 한다. 또 정부는 규제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50억원을 지원하든, 100억원을 지원하든, 지원할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면 지원 대상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 사업을 적극적으로 허가하고 규제하지 않는 것이 여러 장려책보다 나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기억한다면 이번에 모인을 심의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했다. "다음 심의위에서 다시 다루겠다"는 정부 관계자 말이 ‘사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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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서희 변호사는 법무법인 유한 바른에서 2011년부터 근무한 파트너 변호사다. 사법연수원 39기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 공정거래법을 전공했다. 현재 바른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전문가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자문위원,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블록체인법학회 이사,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