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갤럭시S10을 선보였다. 세상은 갤러시S10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이 탑재됐다는 사실이 공식화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을 억압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암호화폐가 쓸모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런데 왜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자사의 인기 스마트폰에 쓸모없고 부정적인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탑재했는가?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삼성전자의 선택에는 ‘당연함’ 과 ‘씁쓸함’ 있다.

우선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은 대부분의 성인이 사용하는 개인 휴대 단말기다. 암호화폐 지갑은 모든 종류 암호화폐를 보관, 입금, 송금 등을 쉽게 한다.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면 암호화폐가 대중화될 수 있다. 또 유저들 간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면 쉽게 DEX(분산형 암호화폐 거래소)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DEX도 암호화폐를 확산시키는데 파괴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자사폰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했으니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유머가 있다. 유명한 글로벌 기업 CEO가 언론에 나와 ‘우리는 암호화폐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며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고 얘기한다면 그 말의 진짜 의미는 ‘우리는 암호화폐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미 많은 준비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 회장 제이미 다이먼은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JP모건은 얼마지나지 않아 자체 암호화폐를 출시했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광고를 금지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역시 50명이 넘는 개발자가 암호화폐를 적용하기 위해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대기업들도 정부 입장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준비하고 있으며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당연한 것이다. 암호화폐, 그리고 그에 관련된 서비스를 자사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삼성전자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분야도 금융, 제조, 유통, 지불결제, AI, 인공지능 등 다양하다.

씁쓸함의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는 암호화폐에 부정적 입장을 취한다. ICO금지 및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를 통해 우회적으로 암호화폐를 억압한다. 정부의 판단대로라면 암호화폐는 사회에 불필요하거나 악한 것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왜 정부와 사회에서 배척받는 암호화폐를 왜 품었을까. 삼성전자가 실수를 한 것일까. 삼성전자가 어떤 회사인가. 글로벌 영업이익 1위를 지켜온 미국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제조기업이다. 같은 기간 세계 최대 유통 업체 미국 월마트나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 일본 도요타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한국 정부에 낸 세금도 연간 10조원이 넘는다. 이는 전체 80만개 법인 기업 총 법인세수 70조의 14%가 넘는다.

다시 생각해보자. 삼성전자가 틀린 것일까? 정부가 틀린 것일까? 이번 삼성전자의 암호화폐 지갑 탑재 사례는 정부의 인식과 산업계 인식이 다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현재를 혁신하고 내일에 투자하는 존재다. 이런 기업들이 내일의 생존을 위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기업 선택이 옳다면 정부는 기업 선택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ICO 사기 등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신속하게 만들고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부작용은 어디서든 존재한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담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제2인터넷이라고 말한다. 이는 세계의 경제 사회 질서를 새롭게 재편할 수도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기술만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때마침 올해는 3.1운동 백주년이 되는 해다.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고립을 선택한 우리의 역사는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틀렸고 잘못된 선택의 대가로 우리는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위안부 문제, 남북분단 등 문제가 남아있다. 과거 일본이 서구 문명을 발빠르게
받아들여 열강의 반열에 오른 것처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발빠르게 제도화하고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를 국가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이다. 100년전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면 과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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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호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인 델리오와 크로스체인테크놀로지 대표로 재직 중이다. 정보기술(IT)분야에서 19년째 전문 경영인을 맡으면서 블록체인 전문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 웹어워드코리아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