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책임 안 묻는 국가 R&D 7년간 6000억원 투입

입력 2019.03.26 16:28 | 수정 2019.03.27 08:36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한 산업기술 R&D 전략의 새판이 나왔다. 성공가능성은 낮지만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파괴적 기술 개발에 향후 7년간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신산업분야 여성 과학인 3000명 육성과 과학관 육성을 위한 계획도 마련됐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26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로에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염한웅 부의장 주재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5회 심의회의’(이하 심의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심의회의는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과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 제4차 과학관 육성 기본계획 등 세 개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
이번 심의회의에서 확정한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은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5조에 따라 향후 5년간의 산업기술 R&D 중장기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법정 계획이다.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에서 심의한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기술강국 도약을 위한 비전과 목표.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공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전략적 투자 배분 ▲속도·도전·축적 중심의 기술개발 체계 구축 ▲플랫폼·실증 위주로 기반구축 방식 전환 ▲신기술의 신속 시장진출 지원시스템 조성 등을 기본방향으로 4대 전략 10대 과제를 포함한다.

산업부는 미래 산업 R&D의 전략적 투자 배분을 위해 ▲편리한 수송 ▲건강 ▲고편의 생활환경 ▲친환경 에너지 ▲맞춤형·스마트 제조 등 5대 영역의 전략투자 분야를 도출하고, 분야별 투자전략을 수립해 100대 핵심 기술을 선정했다. 산업기술 R&D가 주력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창출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이번 계획을 이행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산업부는 실패를 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R&D 과제를 적극 추진한다. 이른바 ‘알키미스트(Alchemist)’ 프로젝트다.

알키미스트는 고대 연금술사를 뜻한다. 이들은 철로 금을 만들려고 무모한 실험을 거듭했다. 비록 금을 만드는 데 실패했지만 황산과 질산을 발견해 결과적으로 화학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산업계 난제여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시 파괴력이 있는 미래 기술을 도전적으로 개발해보겠다는 게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다. 이를테면 깃털처럼 가벼운 금속체, 발전효율 50%인 태양전지와 같은 기술이다

그런데 도전적인 과제는 국가 R&D에서 늘 기피 대상이었다. 실패시 책임 추궁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러자 연구자들은 성공가능성은 높지만 고만고만한 과제에 매달렸더. 정부도 예산을 한데 몰아주지 않고 쪼개서 집행하기 일쑤였다. 산업부는 목표에 대한 평가를 없애고, 선정 과제에 예산을 집중함으로써 기존 관행을 개선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60명의 산학연 민간전문가로 그랜드챌린지발굴위원회를 구성한다. 국민 대상 수요조사를 거쳐 상반기 중 산업계 난제를 도출할 계획이다. 첫해인 올해 시범사업으로 자동차, 로봇, 첨단장비,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등 5개 분야로 시작하지만 내년부터 분야 제한도 없앤다. 산업부는 20개 과제를 선정해 각 300억원씩 7년간 총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또 산업기술 인프라 구축 방향을 플랫폼·표준화·실증 위주로 전환하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략적 표준화 및 실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기술사업화를 위한 제도개선과 사업화·조달 연계 R&D를 실시하는 동시에, 규제샌드박스 추진을 확대하여 R&D 결과물이 신속하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

심의회의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여성과 기인법) 제4조에 따라 수립된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안)(2019∼2023)’을 심의·확정했다.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의 비전과 목표.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공
본 계획은 2020년 제정된 여성과기인법에 따라 여성의 과학기술 역량 강화와 이를 통한 과학기술 발전 기여 등을 위해 범부처 계획으로 마련됐다. 관계기관으로는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고용부, 중기부 등 8개 부처가 있다.

제4차 기본계획은 그 동안의 여성과학기술인 양적 확대에 추가로 질적 성장까지 추진한다. 이를 위해 산학연 전문가, 관계부처, 유관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해 2023년까지 중점적으로 수행할 4대 추진전략과 10대 중점 추진과제를 도출했다. 4대 추진전략으로는 ▲전략적 인력 유입‧성장 촉진 ▲혁신‧글로벌 역량 제고 ▲경력개발‧이음 확대 ▲젠더혁신 체계 구축 등이 있다.

정부는 여학생의 공학계열 유입을 늘리고, 신산업 분야 여성인재 3000명을 배출한다. 40대 여성과기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7년 60.8%에서 2023년 70% 수준으로 늘린다.

◇ 제4차 과학관육성 기본계획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산학연 전문가, 전국 국‧공‧사립과학관, 시‧도 지자체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힌국 과학관의 설립 촉진과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제4차 과학관육성 기본계획(2019~2023)’을 마련해 심의회의에서 최종 확정했다.

본 계획은 ‘국민 모두의 창의 원천으로 미래를 여는 과학관’을 비전으로 하며, 플랫폼으로서의 과학관 역할 수행을 위해 4대 추진전략과 14개 추진과제를 도출했다. 4대 추진전략으로는 ▲과학관 기반 확충 ▲고품질 과학문화 확충 ▲과학관 전문인력 양성과 역할 고도화 ▲과학관 기능‧역할 강화를 위한 협력과 법제도 개선 등이 있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관이 과학문화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과제를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에 근거한 과학기술분야 최고 심의기구로, 의장(대통령), 부의장(염한웅 포스텍 교수)을 비롯해 5개 부처 장관, 과기보좌관(간사위원), 과학기술‧인문사회 등 분야 민간위원 9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된다.

회의를 주재한 염한웅 부의장은 "기술‧시장‧산업 간 파괴적 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수 인재가 과학기술계로 많이 진입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지원과 과학소통 채널인 과학관 육성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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