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을 향해] “세탁도 구독하세요”…모바일 세탁배송 서비스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입력 2019.03.29 10:19 | 수정 2019.03.29 10:21

첨단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는 ‘춘추전국시대’다. 우리 정부도 제2벤처붐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피땀어린 노력으로 창업한 이들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글로벌 시장을 평정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IT조선은 글로벌 유니콘을 꿈꾸며 날개를 펼치는 기업을 집중탐구한다. [편집자주]

"집도 자동차도 공유하는 시대입니다. 주방도 필요없어졌어요. 음식도 배달해 먹고, 집안 청소도 해줍니다. 집에만 있던 많은 것들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딱 한 가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분야가 있더군요. 1인 가구가 사는 5평 남짓 공간을 떠올려보세요. 왜 세탁기와 건조대는 여전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좁은 원룸과 오피스텔에서 세탁 공간을 뺄 수 있다면, 그만큼 1인가구가 생활하는 공간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28일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Laundrygo)를 운영하는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IT조선과 인터뷰에서 세탁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조성우 대표는 새벽배송과 정기구독형 서비스 ‘선구자’로 통한다. 조 대표는 2011년 덤앤더머스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덤앤더머스는 싱글족과 맞벌이족 등 남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넥타이와 와이셔츠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정기배송하는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했다. 최근에서야 ‘구독경제’가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조 대표가 구독형 정기배송을 만든 2013년 당시엔 한국에선 소비자는 물론 업계서도 낯설었다.

덤앤더머스는 아침식단과 빵, 과일, 반찬 등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춘천 아기반찬 전문가가 만든 이유식과 신선한 우유를 새벽 문 앞에 배달해주면서 입소문을 탔다. 2015년 배달의민족이 인수한 뒤 덤앤더머스는 배민프레시로 거듭났다.

이런 경력을 가진 조성우 대표가 이번에는 의식주컴퍼니를 창업하고 비대면 세탁 서비스인 런드리고를 들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조성우 대표는 "여러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세탁 서비스만큼은 그대로다"라며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빨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인식 변화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런드리고는 모바일 기반 세탁 O2O 서비스다. 이용자가 모바일 앱에서 세탁을 신청하고 밤 12시까지 집 앞 스마트 빨래 수거함인 ‘런드렛'에 세탁물을 넣어두면, 런드리고가 이를 회수해 세탁하고 다음날 밤 12시까지 런드렛에 담아 문 앞에 배송해준다. 물빨래 세탁물은 물론, 드라이클리닝이 필요한 양복부터 이불도 세탁해 준다.

런드렛은 런드리고만의 ‘킬러콘텐츠’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런드렛과 스마트폰이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앱 화면 버튼을 누르면 런드렛을 열고 잠글 수 있다. 문 손잡이에 설치한 후 잠금처리를 할 수 있어 세탁물 분실 위험도 없다. 배송 중 옷걸이가 빠지지 않도록 공간을 최적화해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런드리고의 스마트 빨래 수거함인 런드렛./ 런드리고 제공
정기서비스 이용 가격은 최소 3만3000원이다. 월 3회 수거, 물빨래 30ℓ가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 물빨래와 와이셔츠, 드라이클리닝 등 세탁물 종류가 추가될수록 가격도 올라간다. 제일 비싼 서비스는 13만9000원이다. ▲30ℓ 분량 물빨래 16개 ▲와이셔츠 20장 ▲드라이클리닝 5장 ▲이불 1개 ▲무료 수거배송 8번이 서비스에 포함된다. 정기구독 이외에도 필요할 때마다 주문하는 ‘자유이용 서비스'도 있다.

다음은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와 일문일답.

―세탁 구독 서비스를 구상한 배경은

"빨래로 비즈니스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2017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친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떠났다. 다운타운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데 뭔가 뒤가 썰렁했다. 백미러로 살펴보니 자동차 뒷유리가 뚫려있었다. 잠시 저녁 식사를 하고 온 사이에 도둑이 유리를 깨고 짐칸에 실려있던 캐리어와 백팩, 노트북 등 실려있던 짐을 모두 훔쳐갔다.

다 털리고 며칠이 지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도둑이 훔쳐가지 않은 것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쇼핑백에 넣어둔 빨래더미였다. 쇼핑백 안엔 사실 좋은 옷도 많았다. 도둑이 딴건 다 훔쳐가면서 빨래는 왜 놔뒀을까 고민해보다가, 이걸 잘 이용하면 뭔가 재밌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해외에도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 기존 서비스와 차별점은

"기존 서비스 사례를 수집하러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뉴욕 등을 방문했다. 아는 선배 소개로 소위 ‘세탁왕'이라는 미국 세탁 서비스계 거물도 만났다. 일본 세탁 설비 제조사나 서비스 회사도 방문했다. 선진화된 세탁 공장을 여러 군데 살펴보니 미국과 일본 세탁 시장은 드라이클리닝을 중심으로 자동화·기계화돼 있었다.

런드리고처럼 모바일로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는 없었다. 드라이클리닝뿐 아니라 물빨래도 해주고, 밤 12시까지 수거해서 그 다음날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없다. 비즈니스 모델과 스마트 수거함 런드렛은 국내외 특허 출원 중이다."

―세탁과 배송도 의식주컴퍼니에서 직접 하나

"세탁은 서울 등촌동 스마트팩토리에서 직접 한다. 미국과 일본 등 여러 세탁 서비스를 참고해 각종 설비를 개발했다.

바이오·화장품 원료 전문 R&D 기업인 바이오스탠다드와 손잡고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세균을 억제하는 세계특허 천연 물질도 개발해 세제와 섬유유연제 등을 만들었다. 아기 전용 천연 세제도 개발해 키즈 전용 세탁 서비스도 한다.

배송은 외부 택배업체에 위탁 운영 중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런드리고 스마트팩토리. / 런드리고 제공
―세탁 공정은 100% 자동화 시스템으로 돌아가나

"그렇지는 않다. 인력에 의존하던 기존 세탁 공정 중 70%를 자동화했다. 회사 직원이 총 35명인데, 그 중 15명이 스마트팩토리에서 세탁 작업을 맡고 있다. 세탁 서비스는 특성 상 100% 자동화는 어렵다. 옷 재질이나 크기가 워낙 다양해서다."

―왜 기존 세탁 산업에서는 그동안 혁신이 없었을까

"세탁 산업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세탁소에 드라이크리닝을 맡기려면 무조건 집 밖으로 세탁물을 들고 나가야 한다. 이불이나 가죽 점퍼같은 무거운 빨래를 들고 먼 거리를 나가기도 힘들다. 이동에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보통 빨래를 맡길 때 집 근처 가까운 오프라인 세탁소로 세탁물을 직접 들고 나간다. 집 근처 세탁소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시장이 강하게 굳어진 이유다. 유독 세탁 산업만은 모바일 서비스 전환율이 0.5%도 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세탁 산업 특성도 이유다. 지금은 세탁 서비스가 드라이크리닝과 동의어로 쓰인다. 하지만 실제 수요를 살펴보면 물빨래가 많다. 1인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다.

집 근처에 세탁소가 있지만 누구나 세탁기와 건조기도 돌리고 빨래를 개고 있다. 지금 세탁 산업은 수요를 절반밖에 해결하지 못한다."

런드리고의 빨래 배송 차량./ 런드리고 제공
―런드리고 론칭으로 기대하는 지점은

"국내 세탁 시장은 현재 약 4조원 규모다. 향후 5년 내 7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모바일 세탁 주문 비율이 전체 시장의 1%도 안 되지만, 5년 내 20% 성장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인식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기대한다. 빨래는 누구에게나 귀찮은 일이지 않나. 런드리고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빨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주거 공간 혁신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세탁은 결국 물리적 공간과 맞물려 있다. 요즘엔 원룸과 오피스텔처럼 작은 공간에 사는 1인 가구가 늘었다. 지금은 5평 남짓 공간에 세탁기도 있고 빨래 건조대를 설치해야 한다. 건조대를 펴면 움직일 곳이 없을 정도다.

빨래를 집 밖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생활하는 공간은 훨씬 넓어진다. 요즘엔 주거공유 서비스도 많은데 세탁만큼은 해결을 못한다. 우리 서비스는 스타일러 기능도 대신한다. 스타일러가 차지하던 공간도 비게 되는 셈이다."

―주 이용자는 1인 가구인가. 어떤 이들이 주로 서비스를 이용하나

"처음에는 1인 가구 이용자가 가장 많을 줄 알았다. 베타테스트를 해보니 생각보다 아이 하나를 둔 3인 가구 이용자 수요가 많았다. 워킹맘들이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빨래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빨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현재 서비스 제공 범위는 어디인가. 향후 서비스 확대나 투자 유치 계획은

"현재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마포, 용산, 성동구 등에서 서비스한다. 4월 중 광진구와 양천구, 동작구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유주거 업체에서 사업 제휴 제안도 들어오고 있다. 더 잘 되면 이후 서울 이외 지역으로도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투자 유치도 논의 중이다. 다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서비스도 이제 막 선보였고, 무엇보다 우리 사업 모델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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