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 센터 앞은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기 2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고성이 난무했다. 민주노총전국공공운수노조, KT전국민주동지회, KT노동인권센터, KT업무지원단철폐투쟁워원회, KT황장규체포단 등 4개 단체 50명은 정문 앞에서 황창규 KT 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100명에 달하는 경비 인력이 정문을 막아섰고, 취재진은 막힌 주총장 입구 대신 임시로 만든 천막을 통해 주총장이 열리는 KT 연구개발 센터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KT는 2018년 주총에선 취재진에게 주총장 출입을 허용했지만 올해부터 주주만 출입이 가능하다.

청년정당 미래당 당원이 29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 센터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청년정당 미래당 당원이 29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 센터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중계 화면으로 지켜본 주총장에서도 KT전국민주동지회를 중심으로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KT민주동지회 한 관계자는 주주 발언을 통해 "황 회장이 사내이사 선임으로 후계구도를 양성한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게 나온다"며 "아현지사 화재, 채용비리 등으로 직원 사기가 떨어져 참담한 심정인데, 직원과 국민을 생각한다면 황 회장은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주총장 입구 모습. / 이광영 기자
KT 주총장 입구 모습. / 이광영 기자
KT의 주가 하락이 황 회장의 책임이라는 일부 주주의 질타도 나왔다.

한 주주는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언론에서는 채용 비리, 아현지사 화재 등 보도가 나온다"며 "황 회장이 물러나야 KT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같은 주주의 쓴소리를 경청하면서 고개를 몇번 살짝 끄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현지사 화재 건 외에는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황 회장은 "아현지사 화재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KT가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완전한 복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그 문제는 주총 안건과 무관하고 수사 중이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주주대표 소송과 관련해서는 감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KT 주총 현장 모습. / KT 제공
KT 주총 현장 모습. / KT 제공
황 회장은 고함과 야유가 지속된 주총장에서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했다. 여러 차례 정숙해 달라는 얘기를 반복했던 2017~2018년 주총과 달리 이날은 장내 정돈 발언을 한 차례도 하지 않고, 의안 승인에 집중했다.

주총은 40분만인 9시40분쯤 마무리 됐다. 황 회장의 폐회 선언에도 주총장은 황창규 퇴진 구호를 외치는 일부 주주의 목소리가 나왔다.

KT 한 관계자는 "몸싸움까지 오간 2018년 주총과 비교하면 올해는 비교적 무난하게 마무리가 됐다"며 "황 회장도 의연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5개 안건이 상정됐으며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사내∙외 이사는 각각 2명씩 총 4명이 새로 뽑혔다. 신사업개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과 전략기획 분야에 정통한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