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의 4차산업 법이야기] 특금법과 거래소, 가상실명계좌 부여의 필요성

  • 한서희 법무법인 유한 변호사
    입력 2019.04.16 06:00

    김병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18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최대 징역 5년형과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FIU는 범죄자금 세탁과 불법자금조달 등 각종 범죄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안에 설립된 조직이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른바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로의 불법 운영을 차단하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 상호평가가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1989년 설립됐다. IMF·WB·UN 등 27개 국제기구 등이 참여해 자금세탁방지와 테라자금조달 차단을 목표로 활동하는 정책결정기구다.

    FATF는 회원국간 권고사항 이행에 관한 상호평가를 실시한다. 상호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국가 대외신인도, 수출기업 금융비용, 환거래 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이유로 금융당국은 이를 위한 법과 제도 완비에 힘쓰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18년 11월 27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평가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암호화폐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거래소 대표는 금융정보분석원에 상호 및 대표자 성명 등을 신고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회사 또는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통해 거래하지 않는 거래소 신고를 거절할 수 있다.

    특히 거래소가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거래소 대표는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파산 선언 후 상호를 바꿔 다시 영업해도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거래소 제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거래소 대표가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신고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금융위원회가 거래소 통제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실명계좌를 갖은 코인원, 업비트, 빗썸, 코빗은 제도권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거래소는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에 있었다. 범죄수익 모집수단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었다. 제도권에 편입되면 규제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받아오던 범죄수익의 은닉처 내지는 도피처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가상실명계좌 부여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다. 신고 요건으로 가상실명계좌를 들고 있는데 만일 지금과 같이 은행권에서 가상실명계좌 발급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곧 현재 가상실명계좌를 부여받은 4개 거래소 이외에는 모든 거래소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특히 지금까지의 한국 정부 행보를 판단하건데 4대 거래소만 남겨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거래소 숫자가 줄어들면 과점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가상실명계좌 발급을 어렵게 하면 진입장벽이 형성된다. 진입장벽이 형성되면 결국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과점시장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된다. 결국 남은 4대 거래소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창업 자유를 저해하는 것이고 경쟁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침해도 될 수 있다.

    필자는 은행에서 가상실명계좌를 발급하면 된다고 판단한다. 그럴 경우 거래소는 정보보호 인증이 필요하면 받을 것이고 소비자 보호에 부합하는 표준 약관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왕에 개정법안을 만드는 상황에서 가상실명계좌를 반드시 부여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암호화폐 업계의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 선택권 보호 및 자금세탁방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서희 변호사는 법무법인 유한 바른에서 2011년부터 근무한 파트너 변호사다. 사법연수원 39기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 공정거래법을 전공했다. 현재 바른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전문가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자문위원,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블록체인법학회 이사,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