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예매량 200만장을 돌파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24일 개봉한다.

하지만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 tv에서는 같은날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제작사인 마블 스튜디오의 제한적인 유통 정책 때문이다. IPTV는 영화 개봉일에 맞춰 같은 작품을 개봉하곤 했는데, 어벤져스 시리즈는 사정이 다르다.

24일 박일권 KT 미디어콘텐츠담당 팀장은 "마블은 그동안 항상 글로벌 주요 개봉 일정이 끝난 뒤 IPTV에 2차 윈도우를 열어주는 형태로 영화를 제공했다"며 "전 세계 어느 플랫폼에서도 마블의 IP 콘텐츠를 극장과 동시에 VOD로 공개한 적이 없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역시 이같은 수순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KT는 2010년 8월 국내 최초로 ‘극장 동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극장 개봉과 동시에 IPTV VOD로 공개하거나, IPTV 시장을 노리고 제작하는 영화가 늘었다. KT는 2014년 10월 ‘국내최초 개봉관’ 서비스를 도입해 극장 스크린을 잡지 못한 중소 제작사의 영화를 IPTV에서 개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KT와 손을 잡은 6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에는 20세기폭스가 포함됐다. 20세기폭스는 최근 디즈니에 인수됐다. 간접적으로나마 KT가 디즈니와 손을 잡은 셈이다. KT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별도 법인이 존재했던 20세기폭스는 디즈니와 인수합병 이후 디즈니 소속이 됐다. 실제 KT가 제공받을 20세기폭스의 콘텐츠는 디즈니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KT 한 관계자는 "올레 tv 초이스 서비스를 3~4개월간 준비하는 과정에서 20세기폭스와 제휴를 맺었고, 이후 디즈니와 20세기폭스의 인수합병 작업이 시작됐다"며 "현재는 20세기폭스 국내법인이 없고, 디즈니 직원화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마블 스튜디오를 소유한 콘텐츠 공룡이다. KT가 20세기폭스와 제휴를 맺으면서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영화도 올레 tv에서 빠르게 만나볼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결론만 얘기하면 어렵다.

통상 마블 시리즈가 IPTV에 공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0일쯤이다. IPTV가 극장의 파이를 뺏어갈 여지를 주지 않는 셈이다.

박일권 팀장은 "마블은 극장 개봉 이후 적어도 3개월 이상 지나야 IPTV에 노출할 수 있는 시점을 알려준다"며 "이같은 마블의 유통 정책은 디즈니에서도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는 마블 시리즈를 제외한 다른 할리우드 대작의 경우 향후 극장 동시 VO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6대 메이저 스튜디오와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박 팀장은 "그동안 IPTV가 극장에서 넘겨주는 영화만 받아 제공한 것과 달리 올레 tv 초이스는 메이저 스튜디오와 제휴를 통해 영화의 다양성과 고객 선택권을 넓혀주는 서비스다"라며 "미개봉 화제작을 중심으로 극장 동시 VOD 서비스를 하기 위한 협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