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5%’ 관세카드를 놓고 자동차 업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생산설비를 늘린 제조사들은 이러다 투자 부담에 고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까지 감당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도요타 캔터키 공장. / 도요타 제공
도요타 캔터키 공장. / 도요타 제공
17일(현지시각) 미 백악관은 자국 내 수입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6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꺼내든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 여부를 180일 뒤에 결정하겠다는 것.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해당 물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같은 날 미 자동차공업협회(The Alliance of Automobile Manufacturers, AAM)은 성명을 통해 미 정부가 관세를 포기하지 않고 유보한 점에 대해 깊은 우려(deeply concerned)를 표했다. AMM은 ‘25% 관세’가 실현될 경우 수입산 부품 등의 가격 인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7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AAM은 GM이나 포드 등 미국 브랜드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생산공장을 보유한 BMW, 폭스바겐, 도요타, 마쯔다 등을 대변하는 단체다.

AAM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31조' 카드를 꺼내든 2017년 이후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 내 설비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 자금은 228억달러(한화 약 27조5000억원)에 달한다. 당시 유럽과 호주에서 철수를 결정한 GM조차 자국 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투자를 약속할 정도로 적극 협조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카드를 버리지 않겠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AM 소속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으로 이익을 볼 것처럼 보인다. 미국 내에서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산업 역시 자동차 부품에 상당부분 의존하기 때문에 자칫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앞으론 남아도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관세 부과 후 수출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미국이 25%에 달하는 관세를 결정하는 순간 일본과 유럽 등의 보복조치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미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도요타는 공식 발표를 통해 "미국에 대한 우리의 투자가 환경받지 못했다고 느낀다"며 "우리 사업장과 직원들은 미국식 생활 방식,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 위협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도요타는 지금까지 10개의 공장을 포함 600억달러(약 72조7000억원)을 미국 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자국내 일자리 늘리기에 가장 협조적이었던 회사였던 만큼 이번 결정에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당시 멕시코에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었던 도요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요타의 결정은) 우리나라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란 비난을 받은지 며칠 만에 미국 내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투자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해 8월엔 마쯔다와 합작으로 앨라배마 주에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