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하’는 블록체인 기반 지식공유서비스다. 이용자들이 궁금한 내용을 올리면 다른 이용자들이 답한다. 일종의 ‘지식인'과 유사한 서비스다. 런칭 3개월 만에 질문과 답변 등 콘텐츠가 크게 늘어난 비결은 블록체인 시스템 덕분이다. 블록체인은 유익한 질문과 답변을 남기는 이용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덕분에 5월에는 월간 활성이용자(MAU)가 30만명까지 늘어났다. 아하는 특별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블록체인 서비스 도입만으로도 이용자가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블록체인 서비스 도입을 두고 스타트업 업계 관심이 높아진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인 디앱(DApp)을 도입해 이용자 유입 등 성과를 이끌어낸 사례들이 등장하면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8일 오후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스타트업,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법'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비크립토, 루니버스, 비트베리, 아이콘루프 등 블록체인 업체가 스타트업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방법과 전략 등을 설명했다.

◇ 스타트업이 블록체인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일각에서는 여전히 암호화폐를 둘러싼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고, 특정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액이 몰리는 현상도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코인 가치 변동보다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집중할 것을 조언한다. 블록체인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탈중앙화라는 특징을 갓 출시된 서비스에 도입하면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토큰 시스템을 잘 활용해 이용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면 기존 이용자 이탈율을 줄이고 유입량을 크게 늘릴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국경과 화폐 등 물리적 한계를 넘어 서비스 범위를 쉽게 확장시킬 수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카카오, 네이버 라인 등 IT업계가 자사 서비스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도입하고 나서는 이유기도 하다.

김항진 아이콘루프 이사는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은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횡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반면 중앙화된 서비스를 도입하면 수직적으로 서비스 기반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서비스 간 데이터 교류가 어려워 확장 가능성이 막힌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비크립토 대표도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토큰 보상 시스템을 이용자 행동을 자극하거나 유도하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특히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마케팅 효과가 높다"고 덧붙였다.

걷기만 하면 암호화폐를 받는 ‘림포' 앱./ 림포 제공
걷기만 하면 암호화폐를 받는 ‘림포' 앱./ 림포 제공
리투아니아에서 지난해 8월 시작한 블록체인 앱 림포(Lympo)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리투아니아를 포함, 미국, 한국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이용자만 12만명이 넘었다.

림포는 이용자가 운동을 하면 코인으로 보상을 제공한다. 이용자가 림포 앱을 실행해 걷기 운동 미션을 달성하면 그에 따른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다. 코인을 모아 앱 내에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림포는 별도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싶은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각종 운동 미션을 내건다. 매일 3개씩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면 하루에 500~1000원 정도 가치의 림포 토큰을 받을 수 있다. 림포코인은 후오비, 코인제스트 등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림포는 기업으로부터 받은 광고비 중 일부를 운영 수수료로 제하고 나머지를 이용자에게 코인으로 보상한다. 이외에도 림포는 걷기 이외에도 스쿼트용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토익 공부를 돕는 앱인 산타토익도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인 비트베리를 도입했다. 학생들이 어떤 문제를 맞추고 틀리는지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하고 이용자 수준에 맞춰 다음 문제를 제시한다. 성적이 오르면 토큰을 지급한다. 문제를 많이 풀어도 토큰을 지급한다.

이처럼 토큰 보상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문제 풀이 수만 기존 대비 20%가 증가했다. 유저 성적도 18%가 늘었다. 김 대표는 "단순히 구매 금액에 비례해 제공하는 포인트와 달리 토큰은 이용자를 격려하고 이용을 독려하는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훈 루트원 대표가 28일 오후 ‘스타트업,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방법'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IT조선
장성훈 루트원 대표가 28일 오후 ‘스타트업,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방법'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IT조선
◇ ‘이용자도 모르게’ 쉽고 간편한 블록체인 서비스 도입이 관건

블록체인 자체를 도입하는 것이 만능은 아니라는 조언도 있었다. 블록체인도 결국 서비스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기술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 특히 이용자 입장에서 불편없이 서비스를 보다 잘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잘 녹아들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 11일까지 열렸던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 행사장에는 암호화폐 통합 지갑 서비스인 비트베리의 토큰 보상 시스템이 활용됐다. 현장 등록을 하거나 전시장 곳곳에서 체험 후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토큰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행사장을 떠나기 전 토큰을 생수나 전기차 추첨권 등과 교환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비트베리를 운영하는 루트원(RootOne)의 장성훈 대표는 "행사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토큰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블록체인 활용성이 떨어진다고들 생각하지만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서비스나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있었다. 서비스 출시 이후 블록체인을 탑재할 기반을 마련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장 대표는 "프로덕트를 먼저 출시한 뒤에 여기에 토큰 보상 시스템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대표도 "원래 안되는 비즈니스는 토큰을 발행한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며 "토큰이 자사 서비스 안에서 어떤 속성을 가질지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