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73)할리우드 영화로 부활하는 SF걸작 '아키라'

입력 2019.06.01 09:55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사이버펑크(Cyberpunk) SF애니메이션 금자탑이라 평가받는 ‘아키라(AKIRA)’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는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영화 ‘아키라(AKIRA)’를 2021년 5월 21일 북미지역서 개봉한다고 최근 밝혔다.

아키라 애니메이션 한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아키라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2019년 네오도쿄’를 무대로 주인공이자 폭주족인 ‘카네다 쇼타로’의 이야기를 그렸다. 애니메이션은 초능력을 이용한 박력있는 전투와 작품 전반에 걸쳐 사실적으로 연출된 그림으로 지금도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아키라는 2017년작 마블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를 만든 뉴질랜드 출신 배우 겸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가 메가폰을 쥐고 제작한다. 영화 제작사는 할리우드 미남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설립한 ‘애피언 웨이(Appian Way) 프로덕션'이다.

타이카 감독은 관람객 평가가 좋지 않던 토르 단독 영화 시리즈를 성공시켰다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가 만든 토르 라그나로크는 영화 토르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전 세계 8억5397만달러(1조175억원)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1988년 공개된 ‘아키라' 영화 소개 영상. / 유튜브 제공
아키라는 이제까지 많은 할리우드 영화사가 실사 영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 영화 작품으로 완성되지 못했다.

2012년에도 미국 배우 ‘갈렛 헤드런드(Garrett Hedlund)'를 주연으로 스페인 출신 ‘쟈움 콜렛 세라(Jaume Collet-Serra)’감독이 아키라 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영화 제작 예산 문제로 좌절된 바 있다.

데드라인 등 미국 영화 매체에 따르면 영화 아키라는 캘리포니아주에서 4월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캘리포니아주는 영화 제작사에서 1850만달러(220억원) 세금을 공제해 준다고 발표하는 등 영화 제작에 순풍이 불고 있다.

◇ SF사이버펑크 걸작 ‘아키라'

1988년 극장 상영된 애니메이션 아키라는 만화가겸 영화감독인 오오토모 카츠히로(大友克洋)가 직접 그린 6권분량의 만화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아키라는 만화 연재가 시작된 해이기도 한 1982년 일본 관동지방에 신형폭탄이 터져 도쿄가 붕괴되고, 이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이 촉발돼 전 세계가 황폐화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만화 속 일본 정부는 도쿄항만에 초고층 빌딩으로 구성된 ‘네오도쿄'를 건설한다. 네오도쿄에는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데모 단체와 경찰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아키라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주인공이자 폭주족인 카네다 쇼타로는 신형폭탄이 터졌던 장소 부근에서 백발의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군 소속 초능력연구기관에서 반정부 게릴라에 의해 이끌려 나온 초능력자 ‘타카시(26호)’다.

카네다와 같은 폭주족 멤버인 ‘시마 테츠오'는 돌연 나타난 타카시가 펼친 초능력 장벽에 중상을 입고 만다. 이후 테츠오는 초능력연구기관에 타카시와 함께 끌려가고, 이 사고를 계기로 초능력을 얻게된다.

작품의 핵심인물은 만화 제목과 같은 ‘아키라'다. 28호로도 이름불리는 아키라는 1982년 초능력 폭주로 도쿄를 붕괴시킨 이후 군 연구기관이 그를 지하에서 냉동봉인 상태로 감시한다. 만화 첫 부분에 신형폭탄의 정체는 아키라의 초능력 폭주인 셈이다. 원작 만화에서 아키라는 타카시의 죽음을 계기로 또다시 폭주해 네오도쿄를 붕괴시킨다. 애니메이션에서는 1982년 폭주후 연구기관에 의해 몸이 해체된 상태로 봉인되며,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초능력자들을 의미하는 ‘넘버즈'에 의해 각성한다.

시마 테츠오는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신체 폭주로 생체괴수로 돌변하고, 제어불능 상태에 빠진 신체 팽창은 자신의 여자친구인 카오리를 압사시키는 비극을 낳는다. 테츠오의 죽마고우인 카네다는 테츠오의 폭주를 막아보려하지만 실패한다. 초능력자 집단인 넘버즈는 아키라의 힘을 빌어 테츠오를 다른 우주로 데려간다.

아키라 애니메이션 중 테츠오 신체 폭주 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테츠오의 초능력은 순간이동 능력으로 달로 단숨에 날아가거나, 지구에 대륙만한 크기의 구멍(크레이터)을 뚫어 버리는 등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만화·애니메이션 아키라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예언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작품 무대인 2019년 네오도쿄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움직임을 보인다.

주인공의 이름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알린 ‘철인28호' 주인공과 같다. 일종의 오마쥬인 셈이다. 원작자 오오토모 감독은 어린시절 일본 만화신(神)으로 평가받는 테츠카 오사무(手塚治虫)의 아톰 등의 작품을 보고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979년작 만화 ‘만쥬고와이(饅頭こわい)’에서 매회 두 페이지에 걸쳐 철인28호와 ‘게게게의 키타로(ゲゲゲの鬼太郎)’ 만화 패러디를 담았다.

아키라를 탄생시킨 만화가겸 영화감독 ‘오오토모 카츠히로'. / 위키피디아 갈무리
작품 장르인 ‘사이버펑크(Cyberpunk)’는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사이언스픽션(SF)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가까운 미래를 무대로 철학적인 의미와 반사회적인 운동 등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펑크 대표작은 1984년 출간된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다. 이 소설은 사람의 뇌가 연결되는 거대한 네트워크 공간을 무대로 하고 있다. 뉴로맨서의 개념은 SF 히트작 ‘공각기동대'에서도 사용된다.

사이버펑크라는 단어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미국 수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통신·제어·기계·시스템 공학과 생리학 등을 융합한 학문을 지칭한다. 사이버네틱스에서 나온 발상이 SF소설에 활용되면서 하나의 문학장르가 파생된 셈이다.

사이버펑크는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했던 1980년대 붐을 일으킨 장르다. 사람들에게 생소했던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개념을 다룬 소설이 대중들 사이에서는 자극적인 소재였기 때문이다.

SF 사이버펑크 장르를 이용한 대표적인 영화는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다. 리들리스콧 감독 작품인 이 영화는 SF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를 기반으로 인조인간 ‘레플리칸트(Replicant)’를 처형하기 위해 결성된 조직 블레이드 러너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키라 애니메이션 속 테츠오 초능력 사용 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초능력'이라는 주제는 마블·DC 코믹스 등 미국 슈퍼히어로 만화가 원조라 평가받는다. 동양권에서는 1971년작 만화 ‘바벨2세'가 처음이다. 바벨2세 원작자인 만화가 ‘요코야마 미쯔테루(横山光輝)’는 바벨2세 탄생 배경에 대해 "미국에 있는 초능력자가 일본에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초능력자를 만든 것은 미국이지만, 이 소재를 발전시킨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다채로운 만화·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 초능력자 이야기와 초능력의 종류를 세분화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