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정보통신망법,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각각 3610만원과 161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조치를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2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 취급·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검토해 제재 조치를 심의·의결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대한 조사는 2018년 열린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양사의 위치정보 및 운행정보 수집 등과 관련한 문제 지적 후 이뤄졌다. 조사 기간은 2018년 10월 23일부터 2019년 1월 3일까지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 IT조선 DB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 IT조선 DB
방통위는 양사가 블루링크, UVO(유보) 서비스 제공 시 개인정보 처리 위탁을 이용자에게 공개하지 않거나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 제공 동의, 동의 철회 등을 어렵게한 행위 등을 확인했다. 블루링크와 유보는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가 제공하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원격 시동 및 제어, 주차위치 확인, 경로안내, 컨시어지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는 위치기반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어떻게 되는지 이용자에게 공개하거나 전자우편·서면·모사전송·전화 등을 통해 알리지 않았다.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25조 위반이다.

또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운행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 개인 이용자가 정기점검 리포트나 월간 리포트를 통해 본인의 위치정보 사용 내역을 열람할 순 있지만, 스마트폰 앱 또는 웹사이트 등에서 삭제할 수 없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로 요청하는 등 방법으로 서비스를 탈퇴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30조를 위반한 것이다.

여기에 기아차는 UVO(유보) 서비스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위탁 수집하면서 이용자에게 위치정보사업자 구분 및 ‘위치정보 수집사실 확인자료’의 보유근거 및 보유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또 이용약관에 대한 동의도 받지 않았다. 이는 위치정보법 제18조 위반이다.

이용자가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요청하지 않는 경우에도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나, 개인위치정보주체인 이용자가 개인위치정보의 수집, 이용 또는 제공의 일시적인 중지를 요구한 경우에 대한 기술적 수단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치정보법 제24조를 위반했다.

방통위는 현대자동차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190만원, 과태료 1420만원을 부과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정보통신망법 제25조, 제30조와 위치정보법 제24조 등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법조항을 위반했다. 과징금은 3년 연평균 매출액에 근거해 책정됐으며, 금액은 190만원이다. 과태료는 현대차와 같은 1420만원이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삼임위원들은 글로벌 대기업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수준이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5G 시대에는 자율주행차가 등장한다"며 "자동차 업체는 개인정보 관련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방통위, 자동차업계 선처 요청 내용 대부분 수용하지 않아

자업차 업계는 방통위에 선처를 구했다. 카카오톡 대화 고객센터, 전화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개인정보 열람 및 정정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동의받은 요약 약관에는 위치정보 이용 제공사실 확인자료의 보유근거 및 보유기간에 관한 정보를 포함했고, 위치정보사업(위치기반서비스 포함) 이용약관 전문에 위치정보법에서 정한 사항을 모두 명시해 공개하지 않아 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도 했다. 요약약관에 대한 고객 동의를 위치정보법상 위치정보사업(위치기반서비스 포함) 이용약관에 대한 동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전경.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전경. / 현대자동차 제공
하지만 방통위는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자동차 업계의 조치가 웹사이트나 앱보다 쉬운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선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또한, 위치정보법에서 규정한 이용약관 명시사항을 일부 누락하고 불분명하게 표기된 가입신청서상 요약 약관으로 받은 동의를 유효한 동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이용자에게 안내한 이용약관 전문에 법에서 정한 명시사항을 모두 명시하고 이용약관 명시의무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받아들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 통신사 등 독립된 3개 회사가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적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약관 내용 중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부분을 빠르게 보완조치하고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