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35년 28조원 규모로 성장할 세계 전고체전지 시장(일본 후지경제연구소 분석) 공략을 위한 제품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고체전지는 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차세대 이차전지로 각광 받는 제품이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는 전해액과 분리막이 있는데, 전고체전지는 이들을 없애고 대신 비는 공간에 에너지밀도가 더 높은 물질을 집어넣어 만든다.

생기원은 갈수록 규모가 확대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해 민간 기업에 해당 기술을 이전한 후 상용화에 나선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은 17일 폭발 및 화재 위험이 없으면서도 배터리 팩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바이폴라 구조의 전고체전지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바이폴라란 양극과 음극을 모두 사용하는 반도체 소자를 말한다.

현재 사용되는 이차전지는 리튬이온 방식의 전지가 대부분인데, 이 전지는 과열이 되거나 과충전될 경우 부풀어 오르거나 폭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생기원 제주지역본부장인 김호성(사진) 박사가 지휘하는 연구팀이 만든 전고체전지는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소재를 사용한다. 전고체전지는 고체전해질 종류에 따라 산화물, 황화물, 고분자 계열로 분류되는데, 연구팀은 산화물계 중 가장 효과적이라 평가받는 가넷 LLZO(리튬·란타늄·지르코늄·산소) 소재를 사용했다.
LLZO 소재는 전위창(고체전해질 소재에서 전기화학적 산화 또는 환원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전압구간)이 있어 안전성이 뛰어나지만, 제조비용이 비싸고 리튬이온 전지 대비 이온전도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김 박사 연구팀은 테일러반응기(테일러 유체흐름 원리를 이용한 일종의 화학 반응기)를 활용한 저가의 연속생산 공정을 도입해 LLZO 분말의 생산비용을 낮췄으며, 분말 입자를 나노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생기원은 신제품의 이온전도도가 1.75x10-3 S/㎝(센티미당 지멘스)에 불과해, 기존 제품 대비 3배 이상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단위셀을 직렬로 10개 연결해 제작한 바이폴라 구조의 37V, 8Wh 급 셀스택 모습. / 생기원 제공
단위셀을 직렬로 10개 연결해 제작한 바이폴라 구조의 37V, 8Wh 급 셀스택 모습. / 생기원 제공
김 박사 연구팀은 전고체전지 단위셀 10개로 구성된 바이폴라 구조의 셀스택(37V, 8Wh 급)을 만들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제작된 셀스택은 대면적(11 x 12㎝) 크기의 파우치 외장재 형태며, 과충전된 상태에서 가위로 잘라도 화재가 발생하거나 폭발하지 않는다. 셀스택에 사용된 단위셀은 400회의 충방전 실험 결과 배터리 초기 용량의 84%쯤을 유지했다. 기존 전고체전지보다 수명이 5배 이상 개선된 셈이다.

김 박사팀은 새로운 전지가 리튬이온 전지와 달리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 개발한 전고체전지는 다수의 단위셀이 하나의 셀스택 안에 직렬로 연결되어 있는 바이폴라 구조로 설계·제작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팩을 간소화해 부피를 3분의 1쯤 줄인 덕분에 더 많은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어 현행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김호성 박사는 "최근 잇따른 신재생에너지 ESS 폭발 및 화재로 배터리의 안전성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술력으로 기존 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전고체전지 제조기술 확보에 성공했다"며 "LLZO 소재 제조 기술은 이미 국내 기업에 이전했고, 연내 셀스택 사업화에 착수해 조기 상용화에 주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