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플랫폼 회사가 매출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TV홈쇼핑이나 T커머스 업체가 제공하는 송출수수료다. 송출수수료는 쇼핑 업체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불하는 방송 송출 대가다. 송출수수료 계약과 관련한 세부 내용은 ‘기밀’ 정보다.

보통 IPTV는 1년마다 송출수수료 협상을 통해 쇼핑업체에 채널 번호를 배정한다. 좋은 채널을 받으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 TV홈쇼핑 업계는 IPTV 사업자와 진행하는 송출수수료 협상에 난색을 표한다. 데이터쇼핑을 제공하는 T커머스 측에서 워낙 비싼 가격에 계약을 맺다 보니, TV홈쇼핑 업계의 고충이 크다. 그나마 케이블TV 업계와 맺는 계약은 가입자 축소 영향으로 수월한 듯 보이지만, 가입자가 많은 IPTV 업계는 고자세를 유지하는 만큼 난항을 겪는다. 뒷번호로 채널이 밀리는 상황도 연출된다.

주요 수익원별 변화 추이.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주요 수익원별 변화 추이.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 IPTV "아직 더 올라야"

30일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IPTV와 달리 조금씩 줄고 있다"며 "송출수수료 협상도 그런 이유로 어려울 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IPTV와 TV홈쇼핑 간 송출수수료 현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입자 증가에 따라 수수료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 것인지를 놓고 기업간 의견차가 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유료방송사의 매출액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방송사업 매출액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과 비교할 때 케이블TV(SO)는 35.5%에서 36.2%로, 위성은 28.5%에서 31.4%로, IPTV는 16.7%에서 20.7%로 증가했다.

특히 IPTV의 송출 수수료 상승률이 가파른 모습을 보인다. SO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은 2017년 7561억원에서 2018년 7571억원으로 0.1% 오르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IPTV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은 4890억원에서 7127억원으로 45.7% 급증했다.

매체별 주요 수익원의 전년 대비 증감 현황(2017~2018년).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매체별 주요 수익원의 전년 대비 증감 현황(2017~2018년).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IPTV 측은 가입자 수 증가에 따라 플랫폼의 가치가 올라 송출수수료를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IPTV 업계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라 계산했을 때 2019년 송출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가입자당 4만원대 수준이다"며 "SO가 5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가격 정상화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번호 채널이나 지상파 채널 사이 등 이른바 황금채널 입점을 놓고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송출수수료가) 자연스럽게 오른 것도 있다"고 말했다.

IPTV는 2017년 SO 가입자를 넘어섰다. 2018년 말 기준 IPTV 가입자수는 1539만명, SO 가입자 수는 1386만명이다.

◇ 송출수수료 때문에 별도 협의체까지 만들었지만…협상 ‘난항’은 여전

IPTV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TV홈쇼핑 업계 역시 케이블TV보다 IPTV 업계와 협상에 더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TV홈쇼핑 업계는 2019년 2월 IPTV와 송출 수수료 협의체를 꾸려 입장차를 좁히고자 노력 중이다. 5월 말 열린 마지막 회의까지 총 4차례 모였지만, 협의체 구성과 구체적인 안건을 정하느라 상반기가 끝났다. 2019년 송출 수수료 협상은 8월쯤 마무리한다.

IPTV 업계는 송출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이어간다. KT는 협상을 끝냈고,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협상 중이다. IPTV 업계는 구체적인 숫자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의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V홈쇼핑 사업자와 T커머스 사업자 간 반응은 엇갈린다. T커머스 사업자는 TV리모콘으로 간편하게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황금채널 입점을 노리는 T커머스 업체는 예전보다 높은 가격의 입찰가를 부르며 TV홈쇼핑 업계를 따돌리는 전략을 편다.

KTH의 경우 고가의 송출수수료 계약 덕분에 KT IPTV 2번 채널을 배정 받았다. 반면 SK스토아는 4번에서 17번으로 밀렸다. TV홈쇼핑 업체 중 롯데홈쇼핑은 30번에서 4번으로 올라온 반면, 신세계 쇼핑은 2번에서 20번으로 자리를 옮겼다.

TV홈쇼핑 업체 한 관계자는 "케이블TV쪽은 송출수수료를 낮추는 곳도 있지만, IPTV는 인상률이 워낙 높아 별도 협의체까지 꾸려 합의점을 찾고 있다"며 "사업자는 황금채널에 들어가려고 서로 경쟁을 하는데, 일각에서는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IPTV 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가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아직 영업이익이 잘 나온다"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 T커머스 쪽에서 수수료를 높게 부르다 보니 기존 좋은 채널에 입점했던 TV홈쇼핑 사업자 중 일부가 송출수수료 인상에 불만을 내놓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송출수수료는 KT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