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야놀자 등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들이 인수합병(M&A)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신생 기업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자사 사업 간 시너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 유치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신생 기업에 투자해 이들을 육성하는 한편 벤처 생태계 판을 키워 동반성장하려는 의지도 보인다.

5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과 야놀자 등 국내 대표급 스타트업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와 인수를 진행한다.

야놀자가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 기업 ‘가람정보시스템’과 ‘씨리얼’을 인수했다./ 야놀자 제공
야놀자가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 기업 ‘가람정보시스템’과 ‘씨리얼’을 인수했다./ 야놀자 제공
◇ ‘손에 손잡고' 서비스 저변 확대

대표 주자는 야놀자다. 이 회사는 올해 직접 투자를 진행하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선 국내외 스타트업만 7개다. 특히 야놀자가 끌어안은 업체는 레저와 여가 시장 점유율 1위이거나 국내 최초로 사업 모델을 제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놀자는 2016년 7월 호텔 타임커머스 플랫폼 ‘호텔나우’와 2018년 레저 플랫폼 ‘레저큐'를 인수했다. 2018년 7월에는 동남아 호텔체인 젠룸스에 인수를 조건으로 170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 기업인 ‘가람’과 ‘씨리얼’, 게스트하우스 플랫폼 ‘지냄',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랜트립' 등을 인수 또는 투자했다.

야놀자는 "해당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으면 투자와 제휴 등을 통해 연계한다"며 "전략적 협업과 조언을 통해 파트너사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특히 여가산업 분야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를 단행한다"고 설명했다.

직방도 같은 업계 스타트업 인수를 서비스 확대 계기로 삼는다. 직방이 인수한 스타트업은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 플랫폼인 호갱노노와 셰어하우스 중개 기업인 우주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쏘카 역시 저변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위해 2017년 8월 자율주행 연구 스타트업인 라이드플럭스, 올해 3월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일레클에 투자했다.

./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 배민, M&A로 수직계열화

배달 앱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스타트업 M&A 업계 ‘큰손'이다. 최근 글로벌 광고 대행 플랫폼 운영사인 아드리엘에 12억5000만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단행했다.

아드리엘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디지털 마케팅 기업이다. SNS에 올릴 광고를 자동으로 만들어 업로드까지 AI가 처리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적은 예산으로 최대 광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려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스타트업 업계가 많이 이용한다.

배달의민족은 음식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와 접점이 많은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아드리엘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가 이번 투자 건이 국내 1위 배달 앱 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이 플랫폼 기업으로서 본격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석하는 이유다.

인수합병과 투자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신기술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아한형제들이 2018년 4월 미국 서빙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22억원을 투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배달의민족이 한국에서 선보인 로봇 ‘딜리플레이'는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제품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2월과 2016년 7월, 2018년 7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기업용 식대관리 솔루션인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에도 투자하는 등,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반드시 협력할 수 있는 기술에만 투자하는 건 아니며 기업 성장 가능성과 가치, 기술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스타트업 산업 발전과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좋은 기술을 알리고자 국내외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이끈다

이외에도 스타트업 운영자 중엔 성공적인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육성 엑셀러레이터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내비게이션 앱인 ‘김기사'를 카카오에 매각한 김기사 창업팀은 엑셀러레이팅 회사인 김기사랩을 설립했다. 역량있는 스타트업을 선발해 이들에게 창업 노하우를 전수한다. 김기사는 2010년 록앤올이 개발한 서비스로, 2015년 카카오에 626억원에 인수됐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성공적인 엑싯(Exit) 사례로 꼽힌다.

김도현 국민대 교수(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는 "국내 몇 안 되는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활발한 투자와 인수합병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플랫폼 사업자 규모가 커졌다는 방증이다"라며 "유사한 서비스와 수평통합 전략으로 더 빠른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활발한 인수합병과 투자로 스타트업이 더 성장하면 새롭고 역량있는 스타트업이 등장할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