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아랍 문화권으로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에 눈길을 쏠린다. 한국과는 언어와 생활환경 등 문화가 많이 다르지만, 한국 이용자만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데다 ‘오일머니' 덕분에 소득 수준이 높다는 점이 시장 진출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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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하는 스타트업 중에서 중동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는다. 이들은 아랍권 문화를 적극 반영해 현지에서 높은 호응을 받는다.

스타트업이 중동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오일머니' 덕분에 경제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또 최근 스마트폰 보급, 인구와 낮은 평균연령 등을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이유다. 여기에 중동 국가들은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IT 분야와 신재생에너지 등에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7년 펴낸 중동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지역 GDP 총합은 1조2000억달러(1453조원)로 1.4조달러(1695조)인 한국과 유사하다. 코트라가 올해 1월 펴낸 ‘2019 세계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미만 인터넷 주 사용자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66%를 차지한다. 세계 평균은 65.3%다.

여성 경제활동도 조금씩 늘어나며 화장품 등 소비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코트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 화장품 시장은 연간 15%씩 성장한다. 코트라는 중동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한국 소비재로 화장품을 꼽았다.

◇ 현지문화 파고들어 눈길 끈 한국 스타트업들

한국 스타트업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중동 시장의 니즈를 파고 들었다. 이들 스타트업은 한국 시장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중동 시장에서 가능성을 타진한다.

팜테크 스타트업 엔씽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스마트팜 플랜티 큐브를 수출하며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플랜티 큐브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컨테이너다. 컨테이너 안을 완전 밀폐해 온도와 습도, 방역 등 재배 환경을 제어한다.

중동은 사막기후, 농업용지 및 용수 부족 등으로 신선한 채소를 재배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중동 정부도 식량 자급 대안기술로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9월 플랜티 큐브에서 로메인 상추를 처음 재배할 예정이다.


엔씽의 플랜티 큐브 재배동 내부를 원격 모니터링한 화면./ 엔씽 홈페이지
엔씽의 플랜티 큐브 재배동 내부를 원격 모니터링한 화면./ 엔씽 홈페이지
스푼라디오를 서비스하는 마이쿤도 중동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푼라디오는 예전 인터넷 라디오 형식의 스트리밍 서비스다. 최 대표에 따르면 중동 지역 이용자들은 다른 국가와 달리 자신의 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 프로필 사진에도 얼굴을 넣지 않으며, 오프라인 모임도 비교적 꺼리는 편이다. 얼굴없이 목소리만으로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최재혁 마이쿤 대표는 "201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산유국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현지 반응을 지켜보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영상 메신저 서비스 아자르(Azar)로 2018년 한 해에만 1045억원 매출을 기록한 하이퍼커넥트도 중동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퍼커넥트 매출 95%는 해외에 기반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지역이 중동이다.

하이퍼커넥트 관계자는 "중동에선 사람을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누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고 텍스트가 복잡해 문자보다는 영상으로 소통하는 걸 선호한다"며 "워낙 영상 서비스에 익숙한데 그 중 현지 맞춤 사용 환경과 기술을 갖춘 서비스라는 점이 인기를 끈 배경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 ‘중동에 의한, 중동만을 위한’ 창업

아예 중동 국가를 타깃으로 창업한 한국 스타트업도 있다. 중동 지역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 아부하킴(Abuhakim)은 아부의 아빠(hakim)라는 뜻이다. 아부는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 아들의 아랍어 이름이다. 중동 지역에서 이름보다 아이의 아빠나 엄마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문화를 따른 것이다. 아부하킴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베타 서비스를 진행한다.

아부하킴은 중동 현지 소비 문화를 적극 반영했다. 중동 소비자가 아랍어로 만들어진 홈페이지에서 직접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면 아부하킴은 이를 집까지 배달한다.

중동 이커머스 거래 대부분은 ‘캐시 온 딜리버리(Cash on Delivery, 상품을 인도 받을 때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다. 중동 지역은 주소 체계가 명확치 않다. 우편물도 직접 우체국에 가서 받는다. 아부하킴은 한국처럼 모바일 결제가 아닌 현금 거래를 기반으로, GPS에 위치정보를 자동 생성해 입력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유 대표는 "중동은 석유 산업이 활발한 반면 제조업 발달이 더뎌 화장품 제조 산업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한국 상품은 가격이 높지 않으면서도 품질이 좋은 상품군으로 현지에 인식돼 있어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