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즈음 미국에서 미화 약 30만달러(약 3억6000만원)의 거액을 상속받은 고양이 두 마리 이야기가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일간지인 뉴욕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88세의 나이로 숨진 한 여성이 자신이 키우던 두 마리의 고양이 앞으로 약 30만달러를 남겼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해당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고 여성을 만류했다. 자녀가 없던 여성은 자신에게 고양이 두 마리는 자식과도 같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실제 법률적인 측면에서 그 고양이들이 상속재산을 자신들의 명의로 받았다기보다는 그 여성의 간병인 등에게 재산이 신탁되고, 그 간병인 등이 고양이들을 신탁계약에 따라 돌봐주는 형식으로 고인의 유언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논란이 된 위와 같은 ‘펫(Pet)신탁’의 개념이 이제는 국내에서도 도입 여부를 논의할 때가 된 듯 하다. 특히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아 자녀 또는 상속인의 유무와 상관없이 가족같이 생활하던 반려동물이 망인(피상속인)의 사망 후에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걱정하는 반려인들도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펫신탁 또는 반려동물신탁이란 현재 주인(신탁자)이 사망, 병 등을 이유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본인 사망 후 반려동물을 돌봐 줄 새로운 주인(수탁자)에게 자금(현금, 수표, 부동산 등)을 주기 위해 체결하는 신탁계약이다.

현행 민법상 권리능력은 사람에게만 인정되기 때문에(민법 제3조),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상속권도 사람에게만 인정될 수 있다. 동물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반려인이 자신의 재산을 반려동물에게 상속하겠다는 유언장 등을 작성해도 현행 민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본 신탁계약의 형식이 반려인의 의도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반려동물에게 상속권을 인정해주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도 반려동물의 상속권은 부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법제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앞서 본 펫신탁 또는 반려동물신탁이 금융상품 중의 하나로 과거보다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하니, 참고할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고령화 진전과 1~2인 가구 증가 등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창업 분야가 다양해지는 과정에서 펫신탁이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좋은 방안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급증하는 추세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상품이 출시됐으니 반려인의 사후를 염려한 반려동물에 대한 신탁상품도 조만간 출시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보스 베이비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귀여움을 독차지해 마땅한 아기들의 자리를 넘보는 반려동물을 산업화한 기업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아기 요원이 파견되어 일어나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이런 영화가 제작된 것은 반려동물이 그만큼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어쩌면 향후에는 유류분을 두고 반려동물과 경쟁하는 경우가 등장하지 않을까? 반려동물의 위상이 점점 높아져 우리 법제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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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