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합동검사를 실시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 판매사 실사를 예고한 지 사흘만이다. DLS·DLF에 투자한 소비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하자 해당 상품 판매사(은행 등)와 발행사(증권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등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다.

 .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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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2일부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대상으로 합동검사를 실시한다. 검사는 글로벌 금리 변동에 따라 손실가능성이 있고 개인투자자 판매 비중이 높은 주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중심으로 판매현황과 상품구조 등을 점검한다. 해당 파생결합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점검함은 물론 관련 내부통제시스템까지 집중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DLF·DSL 상품의 수천억대 손실이 추정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주요 손실의 중심지로 꼽히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현안이 돼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8월 7일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DLS·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이다. 개인투자자 3654명이 투자한 금액이 7326억원(비중 89.1%)이며 법인(188개사)이 898억원이다.

이 중 미국·영국 CMS 금리 연계상품은 판매잔액이 7월 말 기준 6958억원 수준이다. 판매잔액 중 5973억원(85.8%)이 손실구간에 들었다. 만기(2019년 492억원, 2020년 6141억원, 2022년 325억원)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 예상 손실 금액은 마이너스 3354억원에 이른다. 평균 예상손실률이 56.2%인 셈이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은 금리 하락 폭이 크고 만기도 4~6개월로 짧다. 더 큰 손실이 예상되는 이유다. 1266억원의 판매잔액은 모두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현재 금리가 만기(오는 9월∼11월)까지 유지되면 예상 손실 금액은 마이너스 1204억원이다. 평균 예상손실률은 무려 95.1%다.

◇ DLS·DLF가 뭐길래

파생결합증권(DLS)은 주가, 주가지수뿐 아니라 이자율, 통화, 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을 일컫는다. 주가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보다 확장한 개념이다.

사전에 정해진 방식으로 수익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초자산이 일정기간에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약정 수익률을 지급하고, 구간을 벗어나게 되면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파생결합펀드(DLF)는 DLS를 편입한 펀드를 일컫는다. 사전에 정해진 방식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DLS를 만들었다. 교보악사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KB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 운용사는 DLS를 담아 DLF를 만들었다. 판매는 대부분 은행이 맡았다. 전체 판매액(8224억원)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99.1%(8150억원)다.

◇ 전체 판매액 95.9% 차지한 우리·하나銀...손실율 책임질 수 있을까

이 중 국내에서는 독일, 영국, 미국 채권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F가 대규모 판매됐다. 이번에 손실가능성이 점쳐진 두 상품은 미국·영국 CMS 금리와 독일국채 10년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다.

 DLS·DLF 판매 현황. / 금융감독원 제공.
DLS·DLF 판매 현황. / 금융감독원 제공.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우리은행(4012억원)과 KEB하나은행(3876억원)이다. 두 은행이 판매한 금액만 8000억원에 육박한다. 전체의 95.9%를 차지한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영국 CMS 금리 연동 상품을, 하나은행은 미국과 영국 CMS 금리와 연동된 상품을 주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는 은행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은행이나 KEB하나은행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리한 판매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이자 이익을 늘리기 위한 무리한 경영방침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려야하는 상황에서 자산관리(WM)부문 수익 증대는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신한은행이나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이번 사태에서 벗어난 모양새다. 이는 이들 은행들이 해당 상품의 손실 위험을 감지하고 판매를 하지 않거나 중단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실무진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상품 판매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상품 손실률 가중치가 너무 커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손실 위험을 감지한 실무진이 지난 3월부터 프라이빗뱅커(PB)센터 고객에게 주로 판매하던 해외 금리 연동 DLS 판매를 중단했다.

KB국민은행 오히려 수익을 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설정시보다 기초자산의 금리가 하락할수록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설계한 덕분이다. KB국민은행은 금리연동형 DLS상품을 미국국채 CMS 10년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구성해 262억원어치를 판매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금리변동성 리스크가 증가해 8월 이후 해당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금감원 조사에 임하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성실히 검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