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 패권을 둘러싸고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암호화폐 부문에서도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공개한데 이어 중국 바이낸스도 세계 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비너스’를 공개했다. 당초 리브라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비너스가 암호화폐 업계에서 더 빨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낸스 홈페이지 갈무리
./바이낸스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 고위관계자는 페이스북 암호화폐(가상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겨냥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방지를 위한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며 "예외는 없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소식에 관련업계는 시선을 바이낸스 비너스로 돌린 모양새다. 비너스는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공개한 ‘세계 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다. 선진국이던 개발도상국이던 모두를 겨냥, 그들 법정화폐를 연동해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꾸려 나가는 것이 목표다.

당초 암호화폐 업계는 리브라를 예의주시했다. 세계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평정한 페이스북이 내놓은 서비스이니 만큼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브라 공개 후 세계 각국은 리브라를 견제했다. 각국의 금융 체제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역시 비너스 공개에 앞서 리브라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리브라를 카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리브라가 세계 각국의 견제로 인해 주춤하는 사이 비너스는 노선을 변경했다. 관련 업계는 그런 비너스를 예의주시한다. 업계에서는 비너스가 최대한 리브라 노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한 만큼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비너스, 리브라보다 경쟁력 있다"

아직까지 리브라와 비너스는 출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비너스가 리브라보다 유연하게 출시 및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눈치다. 세계 규제당국에 맞서 정면돌파를 시도한 페이스북 행보를 걷지 않고 비서부 국가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겠다는 전략을 내놨기 때문이다.

바이낸스와 친분이 두터운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는 페이스북 리브라가 어떻게 고꾸라졌는지를 앞서 봤기 때문에 리브라와 같은 행보를 걷지 않으려 한다"며 "내부적으로는 중국 정부뿐 아니라 세계 정부와 관계를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낸스는 이미 세계 거래소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다가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등 여러 프로젝트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며 "이런 경험도 무시 못할 경쟁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도입 측면에서 리브라보다는 비너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리브라는 우선 프로덕트(제품)를 만들고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해결하려는 느낌이라면 비너스는 그 반대다"라며 "비너스는 문제가 되는 규제 및 기술적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나가면서 알을 깨 가는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낸스 비너스, 리브라 경쟁상대로 꼽히는 이유?

바이낸스 비너스가 페이스북 리브라의 최대 경쟁 상대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목적성이다. 개발도상국을 시작으로 세계 금융 재패를 꿈꾸는 리브라처럼 비너스 역시 세계 화폐와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으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정부와 기업, 기술회사 및 암호화폐 관련 기업을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시도 역시 리브라와 비슷하다.

리브라는 앞서 6월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비자와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이베이 등 글로벌 대기업과 ‘리브라 연합’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당시 이러한 구성에 대해 "암호화폐 네트워크와 페이스북을 완벽히 분리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압박을 완화하려 했다"고 봤다.

바이낸스는 8월 공지를 통해 "바이낸스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새로운 통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기술 회사, 암호화폐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 규모의 정부 파트너, 회사 및 조직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단순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여러 기관 및 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금융 플랫폼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셈이다.

다만 바이낸스는 페이스북 리브라와 선을 그었다. 리브라와 성격은 물론 여러 면에서 차이가 월등하다며 경쟁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허 이 바이낸스 공동창업자는 최근 "규제당국이 페이스북 리브라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며 "비너스는 기술 개발보다도 규제 준수를 최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서부 국가 정부 및 기업과 제휴를 맺겠다"며 "비너스 성공을 위해 각국 규제 이슈를 지키는 등 보수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