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위원장 "P2P, 혁신하려면 신뢰 우선"
금융위 "부동산 금융 쏠림현상 등 문제 시정 해야"
혁신 금융과 소비자 보호 위해 협회 자율규제 필요

제정법 통과를 앞두고 기대감이 커진 P2P(Peer to Peer)금융 업계가 국회와 금융당국과 힘을 합쳐 산업육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 당국은 P2P 업계에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조했다. 업계는 시행령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정을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P2P 금융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법제화에 앞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P2P 대출 건전성 육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위해 열렸다.

민병두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한 ‘P2P금융 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은' 세미나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제공
민병두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한 ‘P2P금융 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은' 세미나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제공
P2P 금융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가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준 대가로 수익을 받는 형태의 사업 모델이다. 대출자가 내는 연 10~15% 내외의 중금리 이자가 곧 투자자 수익이다. P2P 업체는 대출자와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세계 최초로 P2P 법안을 마련하고 제정법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제화가 임박하면서 포용·생산적 금융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최종 관문까지는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등이 남았다. 금융위는 P2P금융법이 국회 본회의를 예정대로 통과되면 올해 안에 시행령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P2P 법안 통과 기대되지만 여전히 문제점 투성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전히 많은 문제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정부는 여전히 P2P법제화를 마냥 반기지만은 못하는 입장이다.

2018년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P2P 시장의 유입 자금 65.9%가 부동산에 쏠려있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전히 부실 업체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2018년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P2P 기업 10개 중 1곳이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데다, 피해액만 1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P2P 금융이 금융 혁신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신뢰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며 "업계가 자율감시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건전하게 영업해 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송현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일반인들은 P2P와 대부업 간 구분을 잘 못하는 경우도 많은 데다 빅데이터 기반 대출 심사도 여전히 모호하다"며 "지금보다 더 발전해서 P2P 존재 이유를 업계 스스로 (대중에)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차원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P2P금융협회와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등 두 군데로 나뉜 협회를 단일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물론 자연정화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송 과장은 "법이 통과된 이후 한 두개 업체가 성장한다하더라도 산업 전체가 부실해지면 의미가 없다"며 "부동산 상품 쏠림현상 등 불균형도 시정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협회를 구성하는 것이 업계가 책임의식을 갖고 산업을 건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라며 "협회 구성에 속도를 내고 협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높아진 기대감…"정부, 유연한 규제 내놔달라"

법제화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이유로 업계 기대감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김성준 렌딧 대표(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대표)는 "새로운 법으로 P2P산업을 정의한 최초 사례다"라며 "2002년 대부업법 이후 17년만에 탄생하는 새로운 금융산업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펀다 대표 역시 "법제화가 되면서 투자자와 차입자가 더 안전하게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융기관도 위험 부담없이 혁신적인 신용대출에 자금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고 건실한 소상공인이 필요한 자금을 적절한 시기에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P2P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당국에 보다 유연한 규제를 요구했다. 김대윤 피플펀드컴퍼니 대표는 P2P법에서 ▲수수료 부과 기준 폐지 ▲투자자 및 대출자 모집 채널 제한 해제 ▲사모펀드 P2P투자 허용 ▲부동산금융(PF)영업규제 허용 등을 요청했다.

김성준 대표는 "이번 법안 통과로 P2P기업들이 금융 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리스크를 점검하게 되고 내부 통제를 하게 되므로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며 "P2P법으로 감독과 처분, 벌칙근거를 마련하게 되므로 부실 기업이 자연스럽게 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소비자보호와 산업 육성 간 균형을 찾기 위해 (P2P 관련 협의회 등) 자율규제기구가 주도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수립하고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업계에서는 조급한 마음에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할 수 있겠지만 정부 입장에선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감안해야 한다"며 "어떤 식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규제를 풀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