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맛은”…현미와 귀리로 만든 대체고기 ‘언리미트' 먹어보니

입력 2019.10.17 17:02 | 수정 2019.10.17 17:07

# 정갈한 도시락통에 고기 반찬이 가득했다. 만두와 육전, 구운 고기와 불고기, 심지어 고기를 채소와 함께 싼 랩까지 있다. 하지만 사실 ‘진짜 고기'는 아니다. 귀리와 현미, 견과류 등 식물성 재료를 가공해 만든 인조 고기다. 겉보기엔 고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맛은 어떨까. 한입 베어 무니 실제 고기와 비슷했다. 고기 한 점을 씹을 때 식감은 균일했다. 진짜 고기와 조금 다른 점이다. 힘줄이나 비계같은 실제 고기에 군데군데 있는 질긴 부위가 없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질기지 않다보니 고기 특유의 씹는 맛은 덜했다.

또띠아 롤은 진짜 고기와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채소와 각종 소스가 함께 버무려져 있다보니, 식감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지구인컴퍼니가 만든 식물성고기. 불에 구워도 실제 고기와 유사한 식감을 낼 수 있도록 개발했다./ IT조선
채소류 재고 없앨 묘수…육류 생산 공정에서 발생 문제도 해결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한 식당에서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자사 사업 방향을 소개했다. 지구인컴퍼니는 이날 직접 개발한 식물성 고기로 참석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이날 제공된 만두와 육전, 불고기 등은 모두 현미와 귀리, 견과류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졌다. 단백질 성형 압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대체육이다.

2017년 창업한 지구인컴퍼니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상품 가치가 떨어져 재고로 쌓인 과일과 채소, 곡물 등을 잼이나 즙 등 다른 상품으로 재가공해 판매하는 사업을 해왔다. 재고를 줄여 농가 소득 향상을 돕고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다. 현재 13개 농가 재고를 해결하고 있다.

지구인컴퍼니가 식물성 고기인 ‘언리미트'를 1년 6개월에 걸쳐 개발한 이유도 재고 해결 일환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곡물 소비를 늘려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다. 우리나라는 매년 곡식과 채소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고기 소비량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고기 소비량이 증가하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고기가 소비자 식탁에 올라오기까지는 환경문제는 물론 동물권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광우병, 조류독감 등 전염병이 발생하면 갑자기 육류 수급이 어려워진다. 농장에서 돼지와 소 등을 사육하는 동안 발생하는 오물이나 이산화탄소는 환경 파괴 주범으로 꼽힌다. 동물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채식주의로 전환하거나 대체 음식을 찾는 이들이 증가한다.

지구인컴퍼니가 대체육을 개발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국내 농산물 수확량의 60%가 재고로 남는다"라며 "재고는 여전히 정부 수매에 의존하고 있어 좀 더 다양하게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에 따르면 지구인컴퍼니가 만든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는 콩을 가공해 만든 콩고기보다 고기 맛과 질감이 살아있다. 민 대표는 "소고기보다 칼로리는 낮고 단백질 함량은 두 배 이상 높다"며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도 제로(0)다"라고 설명했다.

지구인컴퍼니는 11월 언리미트를 두가지로 분류해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크게 고기 언리미트와 곡물 언리미트다. 곡물 언리미트는 불고기나 직화구이용이다. 소비자가 쉽게 구워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열을 가하면 고기 성질을 극대화하는 여러 식물성 원료를 첨가했다. 고기 언리미트는 이를 제외한 다양한 육류요리에 쓰이는 고기를 대신한다.

언리미트 타깃 고객은 육식을 즐기는 소비자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다 가볍고 건강하게 고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향후 마블링까지도 구현한다는 목표다. ‘진짜 고기'처럼 구워 먹을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가 17일 오전 진행한 미디어데이에서 회사 사업소개를 하는 모습./ IT조선
유럽·미국에선 우유와 요거트, 수산물까지 만든다

지구인컴퍼니가 국내 대체육 시장을 정조준 하고 뛰어든 데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여러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같은 이유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국내 대체육 시장이 첫 발을 뗀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소비자에게는 대체육이 낯설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직접 먹는 상품이다보니 그만큼 보수적이다. 또 기존 고기와 식품을 대체할만큼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이는 해외 대체육 시장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유럽과 미국은 기존 고기 유통을 대체할 정도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독일에는 이미 정육코너가 없는 슈퍼마켓이 존재할 만큼 대체육이 빠르게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제품 판매를 넘어 일상 속 음식 식재료까지 대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이 상용화돼있다. 최근에는 고기 이외에 식물성 재료로 만든 우유와 치즈, 요거트 등도 인기를 끈다. 특히 해외에선 식물성 피자나 물에 불린 뒤 구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햄버거 키트 상품도 인기를 끈다. 최근에는 3D프린터로 마블링이 있는 고기를 만들거나 조개 관자와 참치를 만든 대체 수산물까지 등장했다.

문 교수는 "해외 제품들 중에는 아직 식감과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여전히 대체육 등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업체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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