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증강현실(AR)’ 기술을 주목한다. 가상현실(VR) 기술보다 활용 범위가 넓고 기기간 호환성도 우수해서다. 애플은 2020년 신형 아이패드·아이폰에 새로운 센서를 탑재, AR 성능을 크게 강화할 전망이다. AR헤드셋, 안경 등 기기 청사진도 그렸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애플이 AR과 가상현실(VR) 기기를 뒷받침할 3차원(3D) 센서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센서 시스템은 2020년 출시될 신형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아이폰12 렌더링. / 폰아레나 제공
아이폰12 렌더링. / 폰아레나 제공
3D 센서 시스템은 3D 스캐너와 유사한 방식으로 알려졌다. 도트 프로젝터로 점을 쏴 보내서 피사체의 형태를 인식하는 애플 페이스ID 센서를 한차원 발전시킨 형태다. 공간과 사물을 정교하게 재구성할 수 있어 AR 기능 구현에 알맞다.

2020년 출시될 애플 아이폰에도 AR 관련 기능이 더해질 전망이다. ToF(Time-of-Flight) 카메라와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이 각각 탑재될 예정이다. ToF 카메라는 피사체와 스마트폰 사이의 거리를 측정, 3차원 이미지를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AR 콘텐츠와 앱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5G 고속 네트워크도 대용량 AR 기능 구현에 필수다.

한편, 애플 엔지니어링팀은 ‘rOS’라는 이름의 새 운영 체제를 연구 중이다. 애플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탑재된 주요 앱 및 소프트웨어가 AR 기기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어 애플은 AR 기기로 헤드셋과 안경을 준비한다.

애플 AR 글라스 모형. / 맥루머스 제공
애플 AR 글라스 모형. / 맥루머스 제공
외신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2022년 AR 헤드셋, 2023년 AR 안경을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 AR·VR 팀을 이끄는 마이크 록웰 애플 부사장은 최근 내부 직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회의를 열고 이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AR 기기 출시 일정은 원래보다 다소 미뤄졌다. 애플 기기 소식에 정통한 증권분석가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0년 AR 안경을 선보일 것이라 예측했다.

지연 사유는 기술적인 한계로 분석된다. AR을 원활히 사용하려면 먼저 하드웨어를 가볍게, 쓰기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해상도 콘텐츠를 원활하게 다룰 그래픽 기술,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무선 네트워크, 장시간 콘텐츠를 재생할 배터리 등 고도의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애플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엔지니어 등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등 AR 역량 강화에 나섰다. 애플 소프트웨어(SW)팀 핵심 인력인 킴 보랏(Kim Vorrath) SW팀 부사장을 AR팀에 배치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AR 관련 특허를 53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에는 사용자 눈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대각선 광학 시스템 특허도 제출했다. 그밖에 AR 웨어러블 기기, 3D 매핑 기술, 지능형 아이폰 홈스크린 등 AR 관련 특허를 여럿 확보했다.

애플의 당면 목표는 ‘AR 기기 상용화’다. 아이폰을 출시해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처럼, 헤드셋 및 안경 등 AR 기기 신제품으로 다음 혁신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이폰 판매량 하락을 대비할 무기이기도 하다.

팀 쿡 애플 CEO는 과거 공식 석상에서 "우리는 종종 과거에 핸드폰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하곤 한다"며 "이제 매일 밥을 먹듯 AR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